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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Jan 17. 2024

잘 가라, 둘리야

1972-2024

너는 오늘 아침에 우리가 있는 세상을 떠났구나. 혼자서 무서웠지? 네가 가는 세상도 조금은 여기와 이어져 있니? 삶과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감정이 모호해져. 나는 살아서 밥도 먹고 울기도 하고 네 장례식에 가려고 검은 옷을 찾다가 또 울다가 내 할 일은 다 하고 있어.


한번 더 함께 여행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아마도 네가 힘들까 봐 신이 우리를 말렸다고 생각해도 될까? 네가 지난 며칠만 몹시 힘들었다고 생각할래.  그래도 지난겨울에 한번 더 너를 만난 걸, 부족하지만 친구들이 반찬 가져다준 것도 위로로 삼을래. 내 자리에 내가 너무 잘 있어서 미안하지만 둘리야 기도할게. 네가 가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너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길.


어젯밤에 네가 꿈에 와서 택도 없는 얘기를 서로 했지. 너무 택도 없는 일이라 개꿈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아이가 없었는데 꿈에서 애를 낳았어. 아침에 일어나 그 꿈이 뭘까 잠시 생각하다 집에 수맥이 흐르나 별 생각을 다했다. 둘리야, 엄마걱정, 남편걱정 두고가, 살아있는 동안 너는 열심히 살았어.


잘 가라, 친구야. 젊은 날 함께 했던 내 친구 둘리야, 하늘에서 사랑받고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잘 지내. 언젠가 우리 다시 보면 마음껏 놀자. 밀가루 먹지 말라고 한 네 말, 식구보다 나를 더 챙기라는 말, 다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도 잘 듣도록 노력할게. 부디 거기서 편안하고 건강하기를. 하늘을 훨훨 날아서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듣고 싶은 거 다 면서 재미나게 있어줘. 우리가 갈 때 네가 미소로 마중 나올 거지? 너의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 거짓 없는 미소를 추억하며 너를 잘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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