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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가렛꽃 Aug 19. 2022

추억의 쫄면 맛을 찾아서!

학창 시절 하교 후 먹던 바로 그 맛.

오늘은 쫄면 배달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우리 집 효자상품은 바로 쫄면입니다.

그런데 쫄면만 먹으면 왠지 심심하죠, 김밥과 함께 먹으면

그들은 환상의 짝꿍입니다.

시장 상인분들께서 오늘은 유난히 쫄면

많이 주문하셨어요. 어려운 시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집 쫄면은 원래 삼천 원 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오이 하나 가격이 1500원이라 쫄면이 오천 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은 오이뿐만이 아니라, 면도, 양배추도 많이 올랐어요. 나만 빼고 다 올라요 몸값이.


우리 집 슬로건은 저렴하지만 깨끗하고 깔끔한 식사를

대접하자!

옛날 추억의 분식집을 만들어 보자!

였어요.

하지만 이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딸아, 옛날 우리가 학교 끝나고 가던 그런 분식집이 없어서 화가 나, 그래서 내가 차렸어!"

 "그렇지만 가격은! 옛날 가격이 절대 될 수없어요! 삼천 원은 내가 설거지하는 노동 값도 안 나온다고요!"

"옛날이 좋았지! 예전에는 동네 빵집 팥 빵도 얼마나 맛있었다고! 분식집 쫄면도 맛있고!"

 "엄마도 빵집서 데이트했어요?"

 "교복 입고 분식도 먹고, 빵도 먹고 그랬지."

 "우리 때는 학원 가기 바빴는데."

 "사람이 추억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애들은 너무 바빠."


오늘은 아마도 엄마처럼 옛 추억의 맛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신가 봐요. 제가 일하는 시장은 젊은 상인이 거의 없고요, 모두 어머니 나이세요. 대부분 이가 안 좋으셔서 푹 삶아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제법 계십니다.

쫄면이 잘 나가서 다시 면을 뜯고 소분하는 작업을 합니다. 처음에 할 때에는 일이 손에 익지 않아서

이것도 시간이 한참 걸리고 엄청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후딱 해버립니다.

이런 건 이제 일도 아니죠.




옆집에서 쫄면을 시키면, 앞집도 건너집도 쫄면을

주르륵시킵니다. 우리는 그것을 주문의 도미노라 부르죠.


분식집 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남자분들도 쫄면을 제법 좋아하시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먹던 그 맛 이래요.


사실 쫄면장 개발에 어머니께서 공을 많이 드리셨어요.

저희는 장을 직접 만듭니다.

처음에 재료비 많이 썼어요. 처음 해보는 요식업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실력과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시행착오는 발전을 이끌어요.

우리는 제법 옛날 추억의 쫄면 맛을 재현해 냈습니다.

그래서 쫄면장을 만드는 날은  문 닫고, 간판 불 끄고 만들어요.

네, 유난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소중해요 우리만의 레시피!

쫄면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국수계의 이단아! 비빔국수가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비빔국수는 옛날에 할머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입니다. 김장김치만 있으면 후다닥 만들어요.

우리 식당은 집에서 만든 김장 김치만 써요, 식구들도

먹고, 같은 손에서 한밥을 먹으면 모두가 식구래요.

주문 들어온 김에 저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바로 위 사진은 직원 식사 사진입니다.

저는 사실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가 힘드실까 봐 따로 해달라고 안 해요.

그런데  주문이 들어오면 기회를 봐서 "나도, 나도"를 외칩니다.

그러면 만드시는 김에 많이 만들어 주세요.

엄마는 그리운 할머니의 손맛을 많이 닮았습니다.

그 손맛 저에게도 물려주시겠죠?

이상 오늘과 쫄면에 대한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분식 먹고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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