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우리는 희망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선희의 이야기가 단순한 애도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실 대아는 선희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한 뒤부터
자꾸 생각이 나쁜 쪽으로 흘렀다.
대한민국 최고의 법 영상 분석가 황민구와
정의로운 작가 이도연의 출간 비하인드를 들어 보자.
Q1. 안녕하세요, 『선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랫동안 품어 온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황민구: 책 표지에 ‘선희’ 두 자를 보고 방긋 웃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잊혀지고 있는 동생의 이름이 책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오빠가 죽은 동생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동생을 편히 보내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도연: 선희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2023년,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코 시린 겨울에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처음으로 사건이 있는 장르를 썼기에 어느 때보다도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많이 떨립니다.
Q2. 선희의 흔적을 따라가며 추리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이 작품을 충분히 즐기는 팁이 있을까요?
황민구: 저는 법 영상 분석에 대한 내용을 많이 넣어, 흥미 위주의 추리 소설을 만들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법 영상을 통해 사람이 사는 세상을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의뢰인과 만나면서 경험했던 영상 속 사람들의 모습을 선희에 투영해 이야기 꾸러미를 풀어 보았습니다. 영상 속 사람들은 가식이 없고 연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그들을 분석해 그날의 진실을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선희』에서도 영상 속 진실된 선희의 흔적을 법 영상을 통해 들여다보았습니다. 특히 화질 개선, 위변조분석, 법보행, 안면 인식, 피사체 패턴 분석 등 법 영상에서 사용되는 기술들이 선희를 찾는 중요 단서가 되기 때문에, 각 챕터별 법 영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도연: 대아가 선희의 이야기를 쫓으며 겪는 작은 사건들도 재미있습니다. 사건 속 사건이죠. 성추행 사건, 참치 캔 도난 사건, 금은방 절도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Q3. 제목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중 『선희』를 고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혹시 다른 제목 후보도 있었나요?
황민구: 다른 후보는 없었습니다. 혼자 조용히 사라진 동생의 이름이 선희였고, 그녀를 편히 보내 주고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은 이름으로 남기를 바라며.
이도연: 부제로 ‘보고 싶다. 보고 싶지 않다.’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소설 속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마음 같았거든요.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은. 소설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하지만 ‘선희’라는 제목만큼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Q4. 사건의 배경이 제주도인 이유도 궁금한데요. 혹시 한국이 아닐 수도 있었을까요? 제주도여야만 했던 이유와 그 외에 염두에 둔 다른 곳이 있었다면 알려 주세요.
황민구: 제주만의 독특한 숙박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한달살기입니다. 아마 제주도에서 아무 걱정 없이 한달살기를 꿈꿔 본 이들이 많을 겁니다. 꿈 같은 곳에서 그녀가 사라진 것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주의 바다, 바람, 오름, 구름 등이 필요했습니다.
이도연: 처음 박사님이 이야기해 주신 내용은 선희가 아파트에서 추락사하는 스토리였습니다.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지만,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게 좋겠다고 얘기가 되었던 터라 장소가 특색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사님이 제주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대아가 제주로 떠나서 사건을 찾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장소가 바뀌면서 드라마틱해지고, 분위기가 풍성해진 것 같아 만족합니다.
Q5. 『선희』를 집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시거나 고민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황민구: 너무 추리 소설처럼 어려운 내용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자가 읽고 한 편의 추리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는 표현보다, 등장인물들에 여운이 남고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는 표현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등장인물에 대한 내적 심리를 글로 담는 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선희가 마지막 남길 말은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이기에 도연 작가님과 상당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도연: 주인공을 남자로 설정한 건 처음이라, 소설을 쓰기 10분 전에는 황 박사님이 나온 유튜브와 방송을 시청한 후에 쓰기도 했습니다. 대아의 영혼을 제 안에 담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박사님의 어투는 쿨하고 명쾌하기에 문장도 그런 느낌으로 쓰려고 의도했습니다.
Q6. 선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황민구: 사람은 의심과 불신을 갖고 삽니다. 이것을 잘 통제하는 사람은 삶이 행복할 것이고,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삶을 삽니다. 이 책을 통해 의심보다는 믿음, 불신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이도연: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희망’을 발견하길 바랐습니다. 세상에는 사이다를 마신 듯 통쾌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둡고, 찝찝하고, 불편한 진실도 있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그런 일들이 대부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희망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끝끝내 하는 데까지는 해 보자는 대아의 결심처럼 말이죠.
Q7. 다음은 어떤 작품으로 돌아오실지 벌써 궁금해지는데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으신 주제나 하고 싶으신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황민구: 앞으로 대하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의뢰인을 만나면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에피소드별 드라마로 담고 싶습니다. 또 판타지 소설도 준비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도연: 소설이든 대본이든 쓰기 전에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생각합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면 이야기를 끝까지 끌어갈 힘이 안 나더라고요. 「판타G스팟」은 ‘여성 욕망의 해방’을, 『비혼 엔딩』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선희』는 ‘그럼에도 정의가 살아 있는 살 만한 세상’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썼는데요. 언젠가는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 같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사는 청년들의 현실적 고단함에 대한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써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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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박사님은 재판정에 가기 전이나 다녀온 후에 꼭 지키시는 루틴이 있나요?
A09. 재판 참여 전날에는 가상 법정을 그려 봅니다.……
황민구 박사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4년 12월 20일 금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