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수처럼, 투쟁은 꽃잎처럼
말하기가 두려운게다. 그만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치밀한 사고를 못한게지. 아직 머리로 정리가 안된 사안을 쉽게 밖으로 꺼내지 못하겠다. 'sns여론'에 이끌려 앞다퉈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겠다. 아직 나는 그만큼 생각을 하지 못한거다.
글쓰기가 두려운게다. 사회 현안(평화, 비폭력, 불복종, 여혐 등)에 대해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겠다. 페북에서 "1~5년 전 오늘"이라며 옛 게시글을 보여주는데, '낯뜨거워서' 못보겠더라. 충분히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곰삭이지 못한채 그저 비판, 지적만 가득한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왜 이런 변화가 왔는지 도통 모르겠다.
좀 다른 주제일 수 있으나, 공부도 그렇다. 예전엔 내가 직접 읽지 않고, 누군가에게 듣거나 배운 '텍스트'를 내가 읽은마냥 이야기하곤 했는데, 요즘 그렇게 못하겠다. 내가 읽지 못하거나, 최소한 2차 텍스트라도 접하지 못했다면 '그 텍스트'에 대해선 침묵하는게 옳다고 본다. 난 아직 못 읽었다. 그러면 모르는거다. 난 이게 '정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아, 내 이야기를 쉽사리 적지 못하겠다. 지금은 목소리를 내야할 때인데, 그래서 부끄럽다. 지금은 행동할 때인데, 그래서 창피하다. 그런데도 아직 내 안에 무언가 부족하다. 무언가 답답하다. 무엇일까.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광화문은 나에게 목소리를 내는 광장이면서 동시에 생각에 잠기게하는 사색의 공간이 된다. 수 많은 민중의 무리에 껴있다보면, 생각의 물꼬가 트인다.
" 발로 체험하지 않고, 눈물과 노동의 손을 맞잡지 않고, 혀로만 설교하는 미소를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현자는 여행에서 태어났고, 진리는 거리에서 잉태된다. 그래서 니체는 핵심을 꿰뚫는 직설을 남겼다." _김응교, [곁으로], 15
"가벼운 발이 신성의 첫 속성이다." _니체, [우상의 황혼]
깨어있는 시민의 촛불과 목소리는 '시의성'과 현 시국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라는 두 날개로 비상한다. 민주주의라는 비행기는 시민의 힘으로 힘차게 나는 것이다.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목소리 내기 위해 생각하고 질문한다. 의심하는 시민이 있는 사회는 건강하다. 광화문 광장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200만의 시민은 의심하는 시민이다. 각 지역에서 촛불을 밝히는 시민은 질문하는 시민이다. 그래서 아직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
앞으로 더욱 고민하자. 의심하자.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위정자들 보다 말 잘하고, 글도 잘쓰는 시민이 되자. 윗 분들 긴장좀 하게. 지역주의라는 사골국 그만 우려드시게. 경제 살려준다는 뻥튀기 그만 튀기시게. 박근혜라는 '악'은 진공상태에서 생겨난게 아니다. '정직'이라는 가치 보다는 '경제'라는 이익에 편승한 악의 뿌리의 열매이다. '정의' 보다는 '실용성'의 손을 들었던 지난 세월의 결과물이다. 박근혜 심판을 넘어서자. '경제'를 넘어 '가치'를 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박근혜는_하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