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으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
부부에게도 아이의 탄생은 큰 변화입니다. 부부 중심의 생활에서 아이 중심의 생활로 바뀌면서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어 잘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불만이 쌓이고, 남편은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도 아내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것저것 도와주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 피곤하고 짜증이 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수면 부족은 짜증과 만성피로,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니 결국 사소한 일에도 싸움을 하며 부부 사이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 책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중에서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신랑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와락 껴안아주던 그때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나름 서프라이즈를 한다고 남편 몰래 아기 신발을 준비해서 짜잔. 하고 보여주며 고백했는데 어찌나 기뻐했던지..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극심했던 입덧을 극복하니 찾아온 조산기 때문에 내 성격은 나날이 예민해지고, 아기와 건강하게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나날들. 임신한 동안 전전긍긍했던 순간들 때문인지 아기만 태어나면 모든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마치 난 과거에 미련이 남아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있었다. 모유 수유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울혈로 고생하고, 예민한 아기 때문에 밤잠은 반납한 지 오래- 주말부부라는 이유로 혼자 맞이 하는 새벽녘의 쓸쓸함은 나 홀로 독차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건 신랑이 함께 하지 못하는 순간. 이었다. 그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언제부턴가 신랑이 주말에 집에 오면 아기와 온전히 많은 시간을 놀아주길 원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집안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잔소리꾼 아줌마가 되어있었다. 물론, 일하는 게 힘들지만 주말에는 적어도 아기와 애착형성을 위해서라도 많은 시간 아빠 목소리를 들려줬으면 하는 욕심. 주말에 취미 생활을 즐기느라 잠깐 운동하러 나가는 것도 좋지만, 아기 키운다고 취미와 담쌓은 엄마에게도 위안이 되는 말을 건네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내 가슴속에 이리저리 뒤섞여 있었다. 잔소리만 해대며 주말마다 시비 거는 아줌마가 되기는 싫었는데.. 예전 같았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행동들이 하나 둘 눈에 거슬려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입으로 툴툴대기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은 부부의 날. 나의 뾰로통한 감정을 읽었는지 근처 마트에서 신랑이 꽃을 사 왔다.
"오늘 무슨 날 이게?"
"(알면서도 모른 척) 글쎄?"
"오늘이 부부의 날이라네? 꽃이 있길래 생각나서 사 왔어"
이렇게 아내 기분을 잘 챙겨주는 남편인데.. '착한 남편 대회'가 있다면 분명 상위권 안에 들 훌륭한 남편이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심신이 지쳤는지 툴툴댔다보다 싶었다.
서로 간의 서운했던 마음을 조금 오픈해서 얘기하고 각자 잘하기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리고 많이 사랑해."로 끝나는 우리의 깊은 대화. 아기를 재우고 난 뒤 우리 연애 때부터 찍었던 사진들을 쓱 훑어보았다.
"우리 정말 여행 많이 다녔다"
"우아. 저런 치마도 입고. 이쁘게 꾸미고 다녔었네"
"저런 근사한 맛집도 당분간은 못 가겠다"
과거를 회상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그렇게 사진첩을 보다 보니 어느새 아기가 태어난 날 찍은 사진까지 와 있었다. 아이의 탄생을 전후로 우리 부부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변화들을 서로 인정하고 그에 맞게 새로운 삶의 모습을 부부가 합심하며 꾸려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