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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술아저씨 Aug 19. 2021

언제 어디서나 보이는
나의 기준을 가진다

편지 1


서핑을 배우러 가면

제일 먼저 가르쳐 주는 게 

바다속에서 자기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이었습니다 

파도와 조류가 쉼 없이  흐르는 바다에서 

자신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알려면 

움직이지 않는 육지의 큰 나무나 건물 등의 기준점을  하나 잡고 계속 그 기준에서

내가 어느 위치인지를 알아내는 식입니다 


그건, 

단순히  서핑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세상을  힘들게 항해하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았습니다 


당장의 일들에  빠져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다보면 금방 한 달이 가고 

벌써 반년이 지나가곤 했지요

내가 어디까지 흘러 왔는지 

늘 궁굼하기도,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발리보다 양양에서의 서핑이 나에겐

더욱 그랬습니다 조류가 생각보다 더 쎄서 

조금만 멍하니 있으면 어느새 해변의 한쪽으로 치우치기 일수였습니다  

바다  저 쪽으로 영영 떠내려 가버리먼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일이 많아도, 혹은 가끔 일이 좀 줄어도 하루가 바쁜건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건 내 마음이 바쁘기 때문인 건가 생각했었죠


종종 게으름을 피우고  여유를 부리는  순간에도 

마음은 어딘가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의 유일한 슬픔은 고독이 아니라, 빛나는 비행에의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것을 동료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은 눈을 감은 채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일이었다 “



“신념은 필요 없다는걸 알아둬, 나는데 필요한건 신념이 아니라 비행을 이해하는 거지”



갈매기의 꿈 - 리처드 바크



     고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 틈만나면 말한  “Boy’s be ambitious!!” 나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이 저는 싫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억지로 읽었던 ‘갈매기의 꿈’은 

아무런 재미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저런 멋있는 척 하는 명언 같은 말이 싫었고 올드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관광객이 주는  빵 부스러기를 편히 먹으며 살찐 몸으로  배부르게 사는 해변의 갈매기  무리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기를, 자유를 갈망하기를 바라는 조나단을 보고  매일 계속 바쁜다는 핑계로 해변에서 빵부스러기 주워먹기 바쁜 나를 생각했습니다  


매일 바쁘지만 정작 자신의 꿈꿔오던  자유를 누리며 사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요?


제가 꿈꾸는  자유라는건  모든것에서 다 자유로운 그런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충분한 상태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다음 달에 제가 어떤 일을 할지 잘 모릅니다 

광고주나 광고회사에서 저를 찾아주면  그때부터 열심히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이 일을 한 지 20년이 되어가는데  휴가를 계획한다던지,  주말에 편하게 약속을 잡아 본다든지 하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합니다 


갑자기 바빠지기도 갑자기 한가해 지기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삶의 리듬이란 없고 쳇바퀴 같은 삶도 없습니다.  내일을 모르고 사는 하루하루가 

쌓여  그저 정신없이 흘러온 시간들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뒤를 돌아봅니다.  지금 내가 어디있나?

어디까지 왔나 늘 궁금합니다 


내일의 파도를 모르니 지금의 위치를 매번 확인받고 싶었나 봅니다 



저는 게으른 자신이 늘 불편하고 싫었습니다 

열심히만 사는 것도 대단하다고 위로하던 20대를 지나 

지금은  조나단처럼 자기가 이루려고하는 성취감을 위해 끈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순간 자체가 행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천국은 어떤 장소와 시간이 아니라네. 장소와 시간은 너무도 무의미하기 때문이야

천국이란 완전한 경지를 가리키는 말이라네”





이렇게 편지로 글을 주고받는 일은 그런 제게 흔하지 않은  반복적인 일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이 글을 쓰면서 기쁨과 자유를 느꼈습니다 


빵조각을 얻기 위한 글도 아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니까요 




오늘은 너무 진진한 이야기들만 가득 담아 무거워진 건 아닌가 싶네요 

다음엔 좀더 가볍고 재미있는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그럼 다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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