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테의 법칙
얀테의 법칙 '당신이 타인보다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J도 B처럼 유튜브와 영상의 덫에 빠졌었구나. 고생이 많았겠다. 나도 B의 그 시기를 지나왔기에 너의 힘듦을 온몸으로 이해한다 친구야. 다행스럽게도 J도 많이 좋아졌다니 내가 마음이 놓인다. 나도 B의 그 시기 땐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었거든. 우리도 그 시기를 지나고 보니 결국 부모가 편하자고 아이에게 영상을 손에 쥐에 준 거였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요즘 영상은 집에 있는 휴대용 DVD 플레이어(아이용)로 B가 보고 싶어 하는 CD를 하나만 골라서 보여주는 형식으로만 보여주고 있어. 이 방법이 핸드폰보다 나은 이유는 핸드폰이 훨씬 중독성이 강하고, 특히나 유튜브는 아이가 연달아서 영상을 보도록 현혹되기가 매우 쉬워. 아이들한테 유튜브 영상만 한 마약(?)이 없는 듯. 집 밖에서는 핸드폰을 간혹 보여줘야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 집에 서라도 핸드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영상을 보여줘 봐 그게 훨씬 나을 것 같아.
B가 이제 조금 있으면 만 4살이거든. 스웨덴의 경우 만 6살부터 Pre school (초등학교 입학 전 1년 과정)을 가서, 만 7살부터 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돼. 그래서이제 2년 뒤면 초등학교와 연계된 Pre school로 학교를옮 겨야 해서 B엄마와 나도 교육에 관련돼서 고민이 많아. 사실 우리도 해외에서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고,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학교를 많이 알아보지도 않았고, 아이가 어렸기에 크게 교육이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거든.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한국의 교육 과정과 대학입시/대학생활/취업활동/직장생활을 겪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나도 모르게 B도 ‘다른 사람에게 져서는 안 된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고. 정말이지 어느 순간부터는 ‘여유’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아. 그저 휴가시기에 여행을 가고, 가끔 사고 싶은 물건들을 사면서 마치 그 여행과 소비(물욕의 해결) 이내 인생의 ‘여유’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 순간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었던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스웨덴 사람들의 교육방식이나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 공부도 좀 하고, 알아보기도 하였는데 ‘얀테의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스웨덴을 포함 북유럽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관습화 되고 있더라고. 얀테의 법칙은 쉽게 말해서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인데, 이러한 얀테의 법칙을 모든 스웨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더라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상당히 겸손하고 크게 튀려고 하지 않아. 과거에는 이러한 겸손 주의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고 열정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이러한 겸손 문화가 핵심이 돼서 오히려 전 세계에서 가장 스타트업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 2위가 됐을 만큼,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문화가 많이 정착되어있어.
B의 어린이집만 봐도, 당연히 특정 아이 (예를 들면 부잣집 아이, 똑똑한 아이)를 편애하는 선생님은 단 한 명도 없고, 모두가 공평하게 대우받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단다. 벌써부터 공부나 학습보다는 하루 종일 친구들과 뛰어놀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식으로 시간들을 보내고 있더라고.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이 낯설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여름/겨울 따지지 않고 야외활동을 많이 하니 B도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고, B 자신이 외국인이지만 외국인이라서 스웨덴 아이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전혀 가지지 않고 같이 어울리게 되어서 ‘이민자’로서는 오히려 이러한 공평주의, ‘얀테의 법칙’과 같은 스웨덴의 방식이 참 고맙더라. 실제로도 스웨덴 인구 천만 중에 약 20%인 200만 명은 이민자이거든.
아직까지 B엄마와 나도 확고한 교육관을 갖고 있지는 않아. 다만 스웨덴에서 약 4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바라는 것 한 가지는 B가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됐으면 좋겠다는 거야. 물론 이러한 부분은 한국의 모든 부모가 원하는 거지만 사실 환경이 되지 않아서 그러기 쉽지는 않지. 우리는 일단 부모인 우리가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어.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 역시 행복할 것 같아. 스웨덴 사람들을 보니 여름휴가도 한국처럼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일정과 관심사에 따라 아이가 최대한 녹아들 수 있도 진행하더라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었는데, 사실이게 맞는 방법인 것 같아. 부모가 즐거워야 아이와 더 잘 놀아줄 수 있고, 아이가 더 행복해지는 게 맞는 것 같아.
아까 편지 앞쪽에서 ‘여유’라는 단어를 얘기했었잖아. 이 ‘여유’라는 게 인생에서 참 중요한 것 같아. 내가 이렇게 스웨덴 생활에 적응한 것처럼 편지를 썼지만, 사실 여전히 스웨덴어도 거의 못 하고, 불편함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여유’라는 것이 우리 인생과 일상에 있어야지만 우리가 좀 더 행복할 수 있겠더라고. 그래서 B 엄마와 나는 우리 방식으로 우리 가족이 삶의 ‘여유’를 갖고 좀 더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어. 가장 먼저 시도해보려고 하는 게 계절의 변화를 B와 함께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활동을 하기로 했어. 봄에는 집 베란다에서 나무와 꽃 심고 키우기. 여름에는 최대한 물놀이와 수영을 많이 하기. 가을에는 트렉킹 (트렉킹이라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그냥 아이와 낮은 산을 타는 거야!), 겨울에는 스키를 최소 일주일 이상 타러 가기로 했어.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니,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못 해왔는데 이게 참 아쉽더라고. 그래서 일단 우리는 부모인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계절의 변화를 우리 가족이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이러한 일들을 가장 먼저 해 보기로 했어. 매년 이렇게 우리 가족이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찾아서 해 보려고. 그렇게 하다 보면 B도 자연스레 많은 것들을 부모와 함께 경험해 볼 수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
아 참. 우리 집에는 TV가 없단다. 대신에 전자피아노를 사서 TV 자리에 두었어. 내가 기타를 치고, B 엄마가 피아노를 칠 수 있어서 지금은 자주 악기 연주를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B가 악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좋아하는 악기를 하나 정도는 연주할 수 있었음 하거든. 아직은 어려서 당장 가르치지는 못하겠지만, 자연스럽게 아이의 눈에 악기들이 익숙해서 본인이 배우고 싶어 할 때 가르쳐 줘 보려고 해.
육아휴직을 하고, 한국이 아닌 스웨덴에서 생활을 하며 한국사람이지만 스웨덴 방식에서도 많은 면을 배우며, 두 문화의 좋은 점을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노력 중이야. 그럼에도 타지 생활을 분명 어렵고 쉽지 않지만, B의 부모로서,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 어떠한 방식과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 중이란다.
네가 이제 인테리어 쪽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나도 그렇고 B엄마도 그렇고 사실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 아이 방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이런 거에 대해서 말이야. J 엄마도 패션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왠지 두 사람은 아이 방 꾸미기나 인테리어에 우리보다 훨씬 관심도 많고 잘 알 것 같아서 말이야. 이제 점점 커 가는 아이를 위해서 아이 방이나 집 안에 아이 놀이방(혹은 아이가 노는 거실)을 어떤 식으로 좀 꾸며 주면 좋을지 좀 알려주라!
한국은 완전 폭염이라며? 유럽도 폭염이지만 다행히도 북유럽은 위치상 여름이 그렇게 덥지는 않아. 대신 겨울이 길고 어둡지 ^^ 폭염에 J 데리고 항상 출퇴근하는데, 운전 조심하고 J도 너도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하렴! 건강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