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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 한이 Jul 10. 2024

젯소칠, 첫 시작

시작은 언제나 좋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어릴 때, 부모님은 우리에게 장난감을 잘 사주지 않으셨다. 인형 옷 입히기나 스티커 옷 입히기를 하고 싶을 때마다 직접 캐릭터를 따라 그리고 오려서 언니와 동생이랑 함께 가지고 놀았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크면서도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주변에서도 감각이 있고 잘한다고 했으니까.


허나 내가 사는 동네는 우물이었다. 어쩌면 우물과 비교할 수도 없는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였을 수도 있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은 노력하는 사람에 비해 한참이나 뒤처졌다.


완벽주의자 성향으로 인해, 완벽한 결과물이 한 번에 나오지 못할까 봐 오히려 더 연습도 안 했다. 늘 핑계에 핑계를 덧붙였다.


만일 좋아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당연히 그 사람 곁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진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취미이자 일이라고 말은 하면서, 정작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이 한두 살 계속 먹다 보니, 이 일이 정말로 내가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던 꿈이 맞을까? 다른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어서 그나마 잘한다 생각하고 골랐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세상사 평안히 지나가면 좋으련만, 그럴 리가 없다.


같이 꿈을 꾸던 이가 세상을 떠나니 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의 꿈의 일부였을까? 그저 내 욕심이 아니었을까?


방황했다.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았다. 그냥 물 흐르듯 시간을 보냈다.


나이 서른하나.


이리저리 치이고 다시 돌아온 자리가 여기였다. 결국에 돌고 돌아서 도착한 곳이 캔버스 앞이라니, 기이했다.


무언가 시작하기에 빠른 나이든 늦은 나이든, 큰 부담으로 시작하지 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딱 부담 없이 나에게 마음 한켠의 휴식터라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다시 시작이다.




캔버스에 젯소칠을 하는 이유?


인테리어에서 페인트칠하기 전에,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기 전에 젯소라는 것을 바릅니다. 이를 바르는 것을 '젯소칠'이라고 합니다.


젯소는 하얗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깔아 두고 그 위에 색을 올리면 그 물감의 색이 더 선명하게 잘 나옵니다.


캔버스는 완전히 하얗지 않습니다. 햇빛이나 오랜 시간이 지나 바래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정리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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