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나는 교련과목의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해.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무로 만든 총을 메고 운동장에서 훈련을 받았지.
왼발! 왼발! 왼발! 좌로갓!
맞지도 않는 얼룩말 같은 교련복을 입고 운동장 흙먼지 마셔가며 훈련을 받는 장면은 아무리 돌이켜봐도 미화가 되지 않아.
요즘이야 엎드려뻗쳐도 가혹행위로 간주하지만 당시에는 원산폭격이 기본값이었어.
어느 하나 발이 안 맞거나 대열이 흐트러지면 들리는 외침.
대가리 박아!
자잘한 돌덩이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흙바닥에 까까머리들이 우수수 심어졌어. 지금 생각해 보면 상상이 되지 않는 장면들이야.
폭력에 둔감했던 사회.
공포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