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
차를 한 대 샀다. 가족들과 함께 타기 위한 패밀리카이다. 나는 차에 대한 특별한 취향은 없지만 어떤 물건을 살 때 가성비를 따진다. 한국에서 차를 살 때는 '하차감'이 중요하다. 호텔 앞에 차를 세우면 차종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 직원이 문을 열어 주고 발레파킹을 하겠냐고 묻거나, 혹은 말없이 빨리 차 빼라는 손짓을 한다.
서울은 수입차가 넘쳐난다. 강남에서는 웬만한 고급차로는 어깨에 뽕을 넣기도 어렵다. 나는 형편에 맞추면서 동시에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차를 고르기로 했다. 네 식구가 편하게 타고 가끔 회사의 일로 제품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차를 골랐다. 자동문으로 편하게 문을 여닫을 수도 있다. 나는 가족들의 운전기사가 되기로 작정했다.
차를 사러 가니 적어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단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더욱 긴 시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는 데, 점장은 자기의 역량으로 어떻게 빨리 차를 빼어 보겠다더니 사흘 만에 내가 부탁한 차를 뽑았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차가 늦게 나오면 렌트라고 하여야 할 처지였으니 얼른 그 차를 샀다.
요즘 차들은 참 좋다. 여러 가지 편의 기능과 안전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나는 리모컨으로 차를 앞뒤로 움직이며 주차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차가 혼자서 도로를 달리 정도의 기술이니 그 정도야 당연한 일이겠지. 나날이 발달하는 기술 속에 살면서 내가 모는 차에는 별반 기대를 해본 적이 없던 터였다.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에 차가 이미 출고되어 대리점에서 보관 중이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었다. 혼자 한국에 나와 있는 몇 년간 차 없이 살고 있었다. 이제 자동차 여행도 다니고 드라이브도 다닐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거나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을 잘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생겨 기쁘다.
오늘은 자동차 보험을 들고, 번호를 정하고, 등록을 하고, 회사 주차장에 차를 등록을 했다. 내일 아침 일곱 시에 회사 주차장으로 차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들뜬 마음이 너무 티 나지 않게, 마치 한 달에 새 차 한 두 대는 뽑는 사람처럼 자동차 열쇠를 건네어받겠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아주 조심스럽게 거리로 나서겠다.
내 차의 별명은 '마이 리틀 포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