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만큼 전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언어
핀란드어를 배운 지 오늘로 831일째다.
2년 3개월이 됐다.
핀란드어 배우기 시작은 생각보다 무심하게 시작됐다.
핀란드 노동청에 '구인구직을 위해 핀란드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알렸다.
핀란드 노동청 담당자가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레벨 테스트 담당자가 연락을 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왔다.
'누가 잘못 보냈나?' 그러고 넘겼다.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전화한 사람이 '이 문자 메시지를 그대로 읽어보세요'라고 말하는 거다.
핀란드어 레벨 테스트였다.
나의 핀란드어 레벨은 0.
2020년 6월 첫 핀란드어 수업이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모든 계획이 무산되고 앞이 깜깜할 때
핀란드어는 나에게 많은 고통과 성취감을 줬다.
핀란드어는 한국어와 나란히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언어 중에 하나다.
집 Koti이라는 단어 하나가 15개의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다.
https://namu.wiki/w/%ED%95%80% EB% 9E%80% EB%93% 9C% EC%96% B4
처음에는 '쉬엄쉬엄 장기 프로젝트로 생각해야지' 이런 자세로 시작했다.
배우다 보니 점점 재미도 있고 어려운 문법이 나오면
에버레스트 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배웠다.
핀란드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1. 성취감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외롭고 쓸쓸하다.
핀란드어를 배우러 매일 아침 학교를 가는 게 뿌듯했다.
'내가 이 사회에서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다.
나랑 비슷한 레벨에 있는 다른 친구를 보면서 위로를 받고 서로 격려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2. 잘하는 걸 하는데 시간을 쏟자
핀란드에 와서 코딩도 도전해보고 새로운 걸 배우면서
결국에 내린 결정은 '내가 잘하는 걸 하자'였다.
'언어 배우기'
사실 헬싱키에서는 핀란드어를 배우지 않아도 삶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핀란드에서 오래 살 생각이 없다면 핀란드어를 배우는 건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려운 핀란드어를 나는 왜 배우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 핀란드는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언어다
- 핀란드에 사니까 현지 문화를 현지 언어를 통해 배우고 싶다
- 핀란드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우자
3. 핀란드에서만 할 수 있는 것
핀란드어를 쓸 수 있는 건 핀란드뿐이다.
그래서 핀란드어를 현지에서 살 때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남편이 핀란드인이라고 하더라도 남편 이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적극 활용하고 싶었다.
그리고 핀란드어를 배우고 나서 핀란드에 사는 게 더 즐거워졌다.
카페나 슈퍼마켓에서 핀란드어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훨씬 더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도와준다.
핀란드 사람을 더 알게 됐고,
핀란드어를 통해 문화를 배워가면서 또 다른 나의 정체성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핀란드 사람이 나에게 핀란드어로 이야기하면 반갑다.
'나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나?' 이런 마음이 든다.
구인구직으로 시작한 핀란드어 배우기는 오히려 나를 더 배우는 과정이고 나를 둘러싼 또 다른 사회를 배워갈 수 있었다.
다음은 핀란드어를 배우면서 내가 느낀
핀란드 교육, 핀란드 선생님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유튜브: 핀란드어 배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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