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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리 Feb 13. 2023

내 아이에게 주는 편지

나에게 자식이 있다고 했을때, 너가 어떤 모습일지 많이 궁금했어.

너는 사람일까? 고양이일까? 혹은 안드로이드일까? 이 글을 읽을 수 있을까?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너를 자식으로 명명했다면 너를 사랑하고 있거나 너를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을거야.

네가 누구인지 내가 안다면 좋을 텐데. 내가 본 너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겠지. 먹는 것, 좋아하는 것 습관등을 친밀감의 증표처럼 늘어놓기 좋겠지. 너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서 우리는 틀림없이 서로를 미워하고 피곤하게 여기고 후회하기도 하고 지겹다고 생각할거야. 그러고 나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사랑할지도 모르지.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너가 원하고 궁금해 하는 것에 대답해줄 수 있다면 가능한 선에서 그렇게 해 주겠지만 이렇게 메세지를 남기게 된 것 보니 그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에게 어떤 특별한 메세지를 기대했다면 아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특별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 삶은 혈연을 비롯한 가족이라는 개념보다 훨씬 복잡해서 그런것에 얽매이지 않고도 온전한 너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도 싶지만 사실은 그럴 수 없지. 

우리는 서로를 이상적인 뭔가로 상정했다가 다른사람으로 서로를 대체했다가 다시 대체될 수 없다고 느끼다가, 다시 대체될거야. 하지만 너는 어떤 부분은 꼭 나와 똑같아서, 너라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씩 벅참을 느낄거야. 온전히 너만이 가지고 있는 너의 삶을 잘 간직해. 또 누군가에게로 삶이 이어지는 일이 생긴다면 또 그사람을 잘 배웅해 주길 바랄게. 그사람에게도 너에게도 이 얘기를 전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너를 아무 이유없이 사랑하고 격려하고 있다고. 가끔 그런일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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