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와 '구독'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스스로에 대한 도두보는 마음이 귀해졌다. 비교만큼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SNS는 서로를 견주게 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들게 한다. 시시때때로 울리는 휴대폰 알림 소리로 현실과 온라인 속을 오가는 우리는 같이 있으면서도 외롭다. 수많은 사람들과 온라인 교류를 하면서도 되레 혼자가 되는 세상. 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더없이 귀하게 느껴지는 시간들이다.
SNS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며 공감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들은 때로 그로 인해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나 역시 초창기 트위터를 잠시 해 보기도 했고 독서 블로그도 운영해 왔지만 그동안 때때로 회의가 들었다. 블로그에 매진하던 시절에는 개설할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며 조회수와 공감에 무감해지려고 했지만 초연하기 쉽지 않았다. 그것에 매여 일상이 흔들리게 될까 두려워 알림 설정을 꺼둔 적도 있고, 칼럼에 달린 악플을 처음 경험했을 때는 며칠을 칼로 베인 듯한 잔상이 쉬 가시지 않았다.
누군가 올린 콘텐츠에 무수히 달리는 공감과 악플. 그것은 맥스 루케이도의 그림동화『너는 특별하단다』를 떠오르게 한다. 나무 사람 펀치넬로가 사는 웸믹 마을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었다. 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 다니다가 서로에게 붙여 주었던 것이다. 재능이 뛰어난 나무 사람은 자신이 받은 많은 별표를 자랑하며 행복했고, 펀치넬로처럼 재주가 없는 나무 사람은 몸에 붙은 점표들을 부끄러워하며 불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펀치넬로는 몸에 그 어떤 표도 붙어있지 않는 루시아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떼어낼 수 없었던 점표를 어떻게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을까. 이유를 알고 싶었던 펀치넬로는 그들을 만들어준 목수, 엘리 아저씨를 통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누구나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된 펀치넬로. 그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는 순간, 기적처럼 몸에 붙은 점표 하나가 떨어진다.
웸믹 마을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가치 매기는 인간 세상을 닮았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서로 비교하며 무력감과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로 인해 자기 비하에 빠지다가 자아존중감이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거기에 한 뼘 더 더하여 SNS 세상 속에서까지 서로에게 점표와 별표를 매긴다. 보이지 않는 비교만으로도 벅찼던 우리는 확연하게 드러나는 숫자와 댓글 속에 일희일비하게 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블로그에는 마음에 담은 문장만 스크랩해 두고 브런치만 운영하고 있다. 브런치는 다른 SNS 플랫폼과는 달리 다양한 글 주제와 초고를 저장해 두는 나만의 글 다락방 같은 공간이다. 깊은 마음을 문장으로 엮어 쓴 후 나누는 이야기들은 힘이 되어 스스로를 도두보게 한다. 공감과 댓글에 대한 마음도 소중하지만 꾸준히 기록해 가는 마음을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브런치에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작품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작가에게 글 쓰는 마음을 돋우게 할 수도 있겠지만 염려와 함께 고민이 깊어진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는 것도 아쉽고 나의 글이 구독료를 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러면서도 출판사 투고의 기회까지 주어진다니 마음이 흔들리지만 더욱 짙게 붙여질 점표와 별표가 아닐지 망설여진다. 루시아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남을 수 있을까.
* 도두보다 : 실상보다 좋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