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하다

by 유재은


영화보다 긴 여운으로 남은 배우. <만약에 우리> 무대인사에서 구교환 배우의 관객을 향한 환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짧은 무대인사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혹시 괜찮으시다면 같이 셀카를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더니 객석 깊숙이 들어오던 모습. 보통은 통로 자리만을 다니는데 그는 가운데 자리까지 모두 다니며 관객들과 소통하려 애썼다. 다음 무대인사가 있기에 시간이 다 되었다는 안내 멘트가 몇 번 있었음에도, 자신을 부르는 관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사회자는 웃으며 "저기, 구교환 배우님!"하고 무대인사 종료를 재차 알리기까지 했다.


여러 영화관을 돌며 바쁜 일정이었을 텐데 마지막까지도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뭉클함을 안겼다. OTT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시대여서일까. 관객들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자신의 영화를 보러 와준 관객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형식적인 모습이 아닌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하는 환대. 연기를 잘하고 딸이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호감이 있었는데 이번 만남으로 팬이 되었다. 게다가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의 신작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주인공이라니 모처럼 기다려지는 드라마까지 선물 받은 기분이다.


영화 <만약에 우리>도 좋았다. 남편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고 했고, 큰 딸은 많이 울었는지 영화가 끝난 후 만났을 때 눈가가 촉촉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연출과 배경 음악까지 오랜만에 가슴을 데우는 로맨스 영화를 만난 것 같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인가 로맨스 영화를 보면 전과는 달리 딸들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과 더불어 부모로서의 마음으로도 영화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배우의 관객을 향한 환대가 그토록 마음을 울렸던 것은 독자를 향한 작가의 마음이 겹쳐 떠올랐기 때문이다. 북토크를 하는 작가들도 독자들을 그렇게 담지 않을까. 아직은 경험이 없어 직접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만나게 된 소중한 '책연'의 사람들에게 내가 깊은 환대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책과 글도 환대하고 싶다. 그러한 마음은 나에게 안 하던 SNS까지 하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어려움 투성이고 조금 하다가 그만두려고 했는데, 조금씩 배우며 나의 글을 안아주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극내향형의 사람인지라 지인도 많지 않으니 인지도 없는 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읽고 쓰는 시간에 온전히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우선은 나의 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나만은 깊이 안아주며 떠나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나의 책에게 다정한 안녕의 시간으로 환대하고 있는 날들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환한 작별로 책과 인사하며 또다시 쓰는 숲을 향해 잠연히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