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우리는 멘토를 추앙한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 그렇다. 1998년 IMF 시대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금융 위기를 겪은 사람들의 지친 가슴에 큰 힘을 주었다. “스승이 지닌 능력의 비밀은 인간을 변모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라는 미국 시인 에머슨의 말처럼 진정한 스승이 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힘들면 뭐라도 붙잡고 싶게 마련 아닌가. 힘든 시대는 아직, 아니 영원히 끝나지 않았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여전히 서점 스테디셀러 매대에 놓여있다. 인생의 스승에게서 인생의 의미를 상기하고 놓치고 있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용기와 희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은 여전히 모리의 목소리를 그리워한다. 여기 우리의 스승이었던 '모리' 모리 슈워츠 교수의 생전 마지막 책이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나처럼 책장에 '모리'의 목소리를 고이 모셔둔 분이라면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다시금 들어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일 것이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 '모리 슈워츠'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모리 슈워츠는 1916년 12월 20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이었다. 어린 시절을 뉴욕 빈민가에서 보냈다. 어려움 속에도 학업에 정진해 브랜다이스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됐고, 후학을 가르치며 수많은 책을 펴냈다. 1994년 루게릭병에 걸려 1995년 11월 4일 숨을 거뒀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집필했지만, 아직 출간한 적이 없는 육필 원고를 모은 책이다. 그만큼 아직도 세상일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남긴 노년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저 늙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미래 세대와 자신의 의미 있는 노년을 위해 인간이 취해야 하는 일상의 비법을 솔직하고 또렷하게 적어낸 책이다. 이른바 웰에이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
모리는 기본적으로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 작가였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섭리를 인정한 상태에서 마음을 열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죽음을 향해 나아가되 시간 낭비 말고 일상을 똑바로 보고 살 수 있는 정신을 강조한다. 카를 융이 얘기했던 "인생 후반부에 최대의 성장 잠재력과 자기실현이 존재한다"는 경구를 인용하며 노인의 내적 성장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렇다며 내적 성장은 어떻게 이뤄질까. 모리는 나이가 들어도 인생의 동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25p. "노년기에 밀려드는 난관들에 맞서려면 원천이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 모리는 강한 동기가 있으면 노인이 되면 마주하는 상실감을 잊고 목표를 통해 삶을 추동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차갑거나 뜨거운 노년의 들쭉날쭉함이 반복될 때 상반되는 기류와 타협하는 법도 강조한다. 44p. "순간에 더 사로잡히거나 거기서 더 멀어지기도 한다. 노년의 강한 물살이 오가면서 경험되는 것들이다." 자기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그 상태에 맞게 상대와 어울리면 노년이 가져오는 엄혹한 기분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덧붙여서, 감각적인 부분을 파고들라고 한다. 몸의 느낌에 집중하고 몸통이 체중을 어떻게 떠받치는지, 어떻게 걷는지, 어떻게 통증과 쾌감을 느끼는지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자연에서 나는 나무와 풀 냄새에 집중할 때 노년에 다가오는 외로움도 함께 극복 가능하다.
저자는 또한 삶에 '인생이라는 하모니' 챕터에서는 친밀한 관계들을 유지하되 필요할 때는 고독을 누리라고 조언한다. 나이가 들수록 비난에 약해지고 고립, 공동체에서 멀어지려는 유혹에 시달리게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의존을 최대한 피하고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희망을 찾으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리는 이런 심적 긍정 상태를 그냥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명상의 힘을 강조하며 한동안 조용히 앉아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호흡이나 주문처럼 지속적인 것에 집중할 때 수련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유머와 웃음을 떠나지 말고 붙잡으라고 한다. 의식적으로 웃되, 유머 감각을 길러 사람들과 함께 웃는 자리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결국 노년이라는 건 용기와 시도를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을 향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모리는 새로운 것은 언제나 두렵다고 말한다. 그것이 노년이라면 더욱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특히 점점 더 새 장소를 접하고 실패가 두려워진다. 이게 관해 그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그룹 테라피가 상처를 극복하는 키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다정한 대화로 이뤄진 모임은 감정을 표현하고 어려움을 교환하며 집단으로부터 진심 어린 지지를 받을 수 있어, 혼자서 얻기 힘든 해결책까지 손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이런 공동체의 활동을 통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의 가치를 논한다. 다 늙어서 뭐 하냐며 물러서기보다는 자신을 바쁘게 하는 프로젝트와 사람, 자극되는 환경을 직접 찾고 개발할 때 멋지게 늙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에 남기는 선한 기여를 강조하며, 누군가의 롤 모델이나 멘토가 되는 가치에 관해 논한다. 현명하고 영적으로 처신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노인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단숨에 난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 앞으로 지속될 고독을 어떻게 잘 가꾸어낼 수 있을까를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었는데, 마음을 한결 수월하게 해주는 힐링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