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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ha Oct 17. 2016

책 향기가 이끄는 여행,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지이잉- 지이잉- 문자가 도착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신기하네요. 내려오는 동안 즐거운 여행 되세요.”


지난 여행에서의 인연이 이어져 부산을 여행했다. 부산여행에서 기억에 남았던 곳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책 향기가 날아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추억을 따라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다시 찾았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띈다. 좁은 골목길 따라 헌책방들이 나란히 이어져 있다. 6.25 사변으로 형성된 골목길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고대고 억척스러운 우리네 삶이 녹아 있는 듯하다.


보수동 책방 골목에 들어서니 양쪽으로 수많은 책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천장 아래까지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로 모자라 길가로 삐져나온 책들. 잘 못 건드렸다가는 금세라도 와르르하고 무너져버릴 것 같다. 얼핏 보면 가게인지 창고인지 쉬이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무작위로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손때 묻은 책들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만날 준비를 하고 거닐었다.


노랗게 빛바랜 책, 몰래 접어둔 페이지가 있는 책, 알 수 없는 낙서가 쓰여 있는 책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그중에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새 책들도 있다. 학창 시절 풀었던 문제집, 어릴 적 보던 잡지책도 눈에 들어온다. 책뿐만 아니라, 오래된 중고 음반과 추억의 LP판도 진열되어 있다. 오랜 책 향기와 함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헌책방의 매력이 가득하다.



추억과 향수의 공간, 빈티지스러운 공간에는 또 다른 골목길이 있다. 이 골목길에는 ‘보수동 계단'이라고 부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벽화골목이 나온다. 동화책을 옮겨 놓은 듯한 골목이다. 커다란 동화책을 읽으며 잠시 걷기도 좋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도 좋다.




약간의 쌀쌀함에 조금은 외로운 이 가을, 보수동 책방골목을 거닐며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붉게 물들여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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