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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Oct 07. 2016

좋은 제도와 나쁜 제도는 무엇이 다른가?

결국은 사람이다

요리사가 음식을 할 때 빼놓지 않는 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소금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하얗고 별볼일 없는 가루지만 사실 소금이 없으면 제대로 된 요리는 불가능합니다. 삼계탕이나 생선구이, 고기 바베큐에 소금이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음식을 소금을 뿌려 요리했을 때보다 맛있게 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허나 좋다고 해서 너무 많이 쓰는 것은 금물입니다. 아무리 소금이 좋은 조미료라 할지라도 무분별하게 계속 사용하게 되면 음식의 맛은 나빠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살펴보면 소금이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미료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아무리 건강한 음식이라 할지라도 간이 싱거우면 손님이 찾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식당에서 오랫동안 소금을 사용하며 입맛을 길들인 결과 사람들이 짠맛에 둔감해진 탓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소금은 요리사에게는 꼭 필요한 좋은 재료입니다. 


우리는 소금을 어떻게 쓰는지 고민하는 요리사처럼 우리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요리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앞서 언급된 소금처럼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좋은 것인데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안좋게 보이기도 하고, 나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탓에 좋은 것이라 인식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습관과 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체험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이 똑같은 경험을 하면서도 서로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관점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재능도 이런 차이를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마키아벨리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정부형태의 사례를 들어 전개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나쁜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주장한 것이죠. 


“좋은 정부의 각각은 그것과 연관된 것 (나쁜 정부 형태)과 너무 유사해서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쉽게 변형된다. 곧 군주정은 참주정으로 쉽게 변하고, 귀족정에서 과두정으로의 이행은 손쉬우며, 민주정은 어렵지 않게 무정부상태로 변질된다. 그러므로 공동체를 조직하는 자가 처음의 세 가지 형태 중 어느 하나를 세운다면 그는 단지 일시적으로 지속되는데 불과한 정부 형태를 세우는 셈이 된다. 왜냐하면 그 경우에 덕이 악덕과 공존하기 때문에 어떤 대비책을 세워도 좋은 정부 형태가 그 반대 형태로 변형되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이 정한 규칙이나 제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그 근거로 다음의 내용을 언급합니다.  


“선출이 아니라 세습에 의한 군주정이 세워지게 되었을 때, 상속자들은 조상과 달리 쉽사리 타락하게 되었고, 군주는 유덕한 행동을 소홀히 한 채 누구 못지않게 사치와 색욕 등 온갖 종류의 방탕에 탐닉한 나머지 그 밖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군주는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러한 미움을 두려워하고 겁에 질려 당장 폭력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그 즉각적인 결과가 참주정치였다.”


우리는 위의 문구에서 나온 리더가 쉽게 타락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예시에 나온 리더가 폭군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를 견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방탕한 모습을 보였을 때 충고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만약 그(충고해주는 사람)가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면, 군주가 계속해서 방탕한 생활을 영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군주가 주변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충고를 듣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귀찮다고 그를 죽일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좋은 제도가 필요없다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사회가 이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좋은 제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좋은 제도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만약 이 과정 내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면 시스템은 그 즉시 무너집니다. 그러므로 결국 제도의 좋고 나쁨은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지 않으면 그 제도는 좋은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부분은 제도가 나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면서도 공정한 제도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제도는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망가집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무섭도록 잔인해집니다. 사상을 탄압하기 위해 진시황이 실시했던 분서갱유 (焚書坑儒) 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상대방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전에 기록된 수많은 책들을 불태우고, 사람을 산 채로 파묻었습니다. 현대라면 있을 수 없는 끔찍한 일입니다. 


이렇게 망가진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욕심을 넘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도는 만인을 대변하는 가치를 창출하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모든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법은 강자의 편에 섭니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강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뜯어고친 탓입니다. 제도를 만들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런 내용이 반영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주변의 상황보다 자신 안에 숨겨진 가치에 집중합니다. 이런 자세는 매우 현명합니다. 스스로가 노력해서 인정받은 가치가 훨씬 귀하기 때문입니다. 바뀔 수 없는 것과 씨름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효율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기왕이면 동일한 노력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좋습니다. 일을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일이 의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일을 폄훼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 점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초등학생이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것보다는 사회적인 인지도와 권력을 갖춘 사람이 힘을 썼을 때 효과가 더 좋습니다. 앞서 말했던 같은 노력을 들이고도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상황이죠. 만약 세상을 바꿔야 하는 사명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저는 나 자신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또한 이 과정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입니다. 연예인이 유명해졌을 때 초심을 잃고 거만해지거나 말을 함부로 하면 그 인기는 금방 사그러듭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저열한 마음을 내비쳤을 때 혹은 그것이 외부에 드러났을 때에도 마찬가집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바깥에 드러나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고 살지 않으려면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약 제도를 정하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다면 제도를 따르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선한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외부의 요인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나에게 유익한 제도나 수단이 있다면 모두 활용합시다.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바꾸는 활동은 어떤 방식이든 나에게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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