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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dy Garnet Jun 24. 2020

산에서 만난 타다오

뮤지엄 산




안도 타다오.

그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근 건축물들은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는 노출 콘크리트가 가장 돋보이기는 하지만 나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 다른 부분을 더 좋아하는 데 그것은 여백이다.




뮤지엄 산은 한솔제지가 만든 종이 전시관이다. 제지 회사답게 종이에 대한 역사와 젊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뮤지엄 산은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와 종이 그리고 여백의 콘셉트로 시원한 주변 경관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오크밸리 중턱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입구부터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장을 하면 나무가 나를 반긴다. 나뭇길을 지나면 물과 자갈 그리고 기하학적인 큰 조형물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자연과 철 조형물은 묘한 어울림을 갖는다. 작은 돌과 거대한 조형물을 대조되는 듯하면서 묘하게 잘 어울리고 사람의 시선은 거대한 조형물을 보려 위를 바라보게 되고, 또한 물과 예쁜 자갈들을 보려 아래를 바라보게 된다. 아래는 물과 자갈 중간에는 자연 그리고 위에는 하늘과 조형물이 있어 이 공간들을 온전히 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뮤지엄 산은 여백이 많은 전시장이다.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과 숨을 쉴 여유를 주는 공간이다. 그 시원한 여백의 사이에는 작은 돌들이 가득 차 있다. 비정형의 크기의 돌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이룬다.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 않지만 그 어떤 면 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의 부분 부분이 이 돌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벽이 숨을 쉬고 있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안도 타다오의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 에는 안도 타다오가 건축을 하게 된 과정과 그가 만들어 낸 건축물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건축에 대하여 70분 남짓 다루고 있는데 자세한 전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젊은 시절의 안도 타다오에 대한 잠깐의 이야기와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를 슬쩍 훔쳐볼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여백이 많은 이곳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된다.







전시장 뒤편에는 돌무덤처럼 생긴 돌 정원이 펼쳐진다. 조금 엄숙해 보이긴 하지만 왠지 마음의 안식을 느끼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 돌면 이런저런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뮤지엄 산은 조용하다. 여백이 함께 하며 그 여백 안에 생각이 함께 한다.

점과 선이 어우러지며 그 선들이 다시 모여 면이 되어간다. 그 면들은 길고 짧게 펼쳐져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결국 그 공간은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어느새 나는 비움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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