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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Aug 12. 2023

영원한 것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요즘 내가 제일 자주 입에 담는 말이다. 일상에서 문득 좋은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조용히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라고 읊조린다. 그 좋았던 순간이 지나간 뒤에 느낄 적막함이라든가 그리움을 맞이할 준비 같은 것이랄까. 오지은도 노래에서 '세상에 유일하게 영원한 건 영원이란 단어밖에 없다'라고 자조했고, GD도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고 부르짖었잖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잖나. 


나는 유독 '영원'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무겁게 느낀다. 지금 반짝하는 이 순간도 언젠가는 지나가 있을 것이라는 걸,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잡으려고 한다. 최근의 일이라면 아주 성실한 사람을 보았다.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며 우리에게 다정했던 사람. 2주가 지나면 이 사람 또한 다른 곳으로 이동 하거나 우리가 떠날 것을 알아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감정이 들 때, 또 속으로 '영원한 건 없어.'라고 속삭였다. 사실 그 문장을 떠올리며 스스로 놀랐는데, 이런 소소한 순간조차도 즐기지 못하고 아직 오지 않은 앞날을 걱정하다니. 난 대체 뭐가 문제냐? 


그런 좋고도 아쉬운 시간을 지내고 돌아오니 이런 메시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영화 '쇼생크 탈출' 중에서-



정말 그럴까.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좋다고 느꼈을 때 그 좋다는 것은 사람일까, 시간일까, 감정일까?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 아마도 기억과 감정이겠지. 감정은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 순간 좋았어라고 하는 내 감상이 더 적절할 수 있겠다. 그 좋았던 기억과 감정과 감상을 간직한다면, 그것은 사라지지 않을 수 있겠지. 


불현듯 부끄럽고 괴로운 기억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 반대로 불현듯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도 떠오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어떤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다정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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