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인 Jul 04. 2023

당연하지 않다를 받아들이기

#공부하는사람


예전에 약 5년 전, 사주를 보는데, 아저씨가 나는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난다고, 선민의식에 빠져있다고 이야기해 줬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친구는 빵 터졌고, 나는 인정하며 "맞아요, 그래서 화나고 슬퍼요."라고 말했다. 아니 사주에 그런 게 나와있다고?



시간이 흘러 현재,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소식들에 가끔 눈과 귀를 차단하고 싶다. 사건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고, 정신적으로 지친다. 왜 누구는 괜찮은데, 나는 이렇게 예민할까?


이것에 대해서 요즘 공부를 하며 깨닫는다. 나에게 세상은 공정해야 하고, 바른길로 가야 하는 세계다. 약자는 배려받아야 하며 세상은 평등하고 진보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니 화가 난다. 이런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생각, 세계관, 신념, 사고, 인지도식 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그러니까 '세상은 응당 그래야 한다.'라는 세상에 대한 당위적 생각(세상은 착하게 흘러가야 해)이 강한 사람인 것이다. 나에 대한 당위, 타인에 대한 당위, 세상에 대한 당위가 병적으로 확고하면, 정신병으로 발전하기 쉽다. 그러한 사고와 신념이 유연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가 나있고,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최근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는데 그 원인이 원치 않는 뉴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라는 것을 깨닫고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조금 슬프지만..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지만은 않는다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독서모임에서 한 멤버가 "'가치가 무너진 사회'가 되었잖아요."라고 했던 그 말이 머릿속에 자꾸 맴돈다. 차라리 이럴 거면 세상 다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것이야말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을.



세상은 후퇴할 수도 있고, 조금 부조리할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선을 향해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선한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로 인해 나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 있다는 것을 그저 믿을 수밖에 없겠다.



(블로그 글 재탕)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한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