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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Nov 16. 2023

23.11.16 날씨:비

책 <아침의 피아노>를 들으며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글쓰기와 애도 대해 한 번 더 생각했다. 

췌장암 판정을 받은 작가는 자신을 애도하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날그날의 나와 세상에 대해, 사유와 움직임에 대해, 생각한 것과 본 것에 대해 짧으면서도 덤덤하게 글을 남긴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청아 배우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 북으로 이 책을 들었는데, 이청아 배우의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덤덤하기 때문에 내가 이 글들을 덤덤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차분함으로 이 책을 시작하게 되어 좋았다.


그는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세상을 사랑한다. 그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에겐 소재가 된다. 나 또한 생각한다. 오늘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나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가 자신의 일기를 출판할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남긴 것으로 우리는 그를 생각할 것이고, 작가는 기억해 주길 바라는 모양으로 글을 썼으리라. 나의 글쓰기는 나를 어떤 모양으로 그리고 있을까? 중구난방인 이 페이지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데, 목적도 없이 정처 없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만 또 한 번 생겨난다. 그건 아마 내가 지금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일기랑 에세이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찾아보니 공교롭게도 브런치에 관련된 글이 있다. 그렇군. 일기는 나에게 하는 말, 에세이는 타인에게 하는 말, 명확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일기인가 에세이인가. 제목에 날짜를 썼으니.... 일기라고 하자. 그래. 제목에 날짜를 쓰는 것으로 그것은 일기라고 스스로 규칙을 정해보자. 일기라면 별 시덥지 않은 글을 써도 괜찮지 않겠는가? 이렇게 또 하나 변명거리를 만들어본다.


다시 돌아와서, <아침에 피아노>에서 변하지 않고 세상을 사랑하는 작가의 태도와 시선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게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임을 알기에. 그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방법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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