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one in the crowd가 되기 싫었던 나는 지금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의 내한 콘서트. 저스틴 허위츠가 <라라랜드> 음악을 직접 지휘한다는 소식을 듣고 1개월 전에 예약했었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구성이 생각이랑 조금 다르긴 했다. 그냥 영화 이미지와 함께 음악 연주만 듣는 형식일 줄 알았는데, 실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같이 보면서 음악만 라이브 연주하는 방식이더라. 처음에는 좀 날먹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가 너무 좋으니 뭔들..
허위츠는 참 젊더라. 1985년 1월생이니 만 38세다. <라라랜드> 감독인 데미안 셔젤도 그렇지만 저스틴 허위츠도 참 어린 나이에서부터 큰 성공을 했구나 싶었다. 셔젤과 함께 2013년 <위플래시>로 데뷔했다. 영화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니 고작 만 28세에, 그것도 데뷔하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음악감독 중 하나가 된 셈이다. <라라랜드>, <퍼스트 맨>, <바빌론>까지 셔젤 감독의 모든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 어느 하나 '뛰어나지' 않은 음악이 없다. 대단한 예술영화인 <바빌론>은 국내 흥행에 실패해서(관객수 21만)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 영화는 영화 그 자체 만큼이나 음악도 압도적이다.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영혼의 듀오처럼 모든 작업을 함께 하는 둘은 사실 동갑내기 하버드 대학 동문이다. 공부도 잘했나보다.
<라라랜드>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다. 여섯 번은 본 거 같다. 마지막으로 본 지는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정말 예기치 못하게 이번에 다시 한 번 관람하게 됐다. 다시 보니 여전히 훌륭하고, 더 감동적이더라. 그 때는 살짝 아쉽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이제는 이해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라라랜드>는 여러모로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구성, 연출, 메타포, 음악, 메시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전하다. 때문에 데미안 셔젤의 영화는 뭐가 됐건 시놉시스는 물론, 포스터도 볼 필요 없이 표를 사도 좋다고 보장한다. 이렇게 극도로 짜임새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이라면 실패작을 만들래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라라랜드>는 아주 새삼스레 더 많은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거대한 극장에서 작곡가의 지휘로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과 함께 본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이제 타이밍 좋게 삶을 한 번 돌아보며 반성해보면 좋겠다는 쉼표를 하나 찍어준 느낌을 받았다. 극중 미아(엠마 스톤)가 "우린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과거에 내가 꾸던 꿈을 나는 어느 구석 한 켠에 꼭 지켜두고 있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그것은 체화조차 된 적이 없었던 걸까. someone in the crowd가 되기 싫었던 나는 기어코 someone이 되고 만 것은 아닐까? city of stars는 오직 나만을 위해 빛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결국 인정해버리고 현실에 동화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영화의 주인공 둘은 감기에 걸리면서도 세느 강에 몸을 던지고, auditon을 통과한다. 나는 어떨까? 나는 어디쯤 와 있고, 앞으로 어디까지 가게 될까?
예전에 썼던 <라라랜드> 리뷰를 보니 그 시절 그 때의 내 모습과 내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영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씩들 읽어주셔도 좋겠다. 거의 뭐 영화 평론이라기보단 분석글인데, 여전히 괜찮은 감상법과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브런치 첫 글이기도 했다.
https://brunch.co.kr/@smartrong/1
여튼 간에, 이렇게 깊은 감동과 내 삶에 대한 고찰까지 이끌어 내다니, 실로 좋은 영화, 좋은 음악, 좋은 연주와 공연이 아니었느냐 이 말이야.
영화 <바빌론> OST - [Voodoo Mama]와 [Finale]
<라라랜드> -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