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je ne regrette rien
만약 이것이 나의 최선이라면, 앞으로의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도 이런 인생일까. 앞으로 이런 인생이어도 좋은가.
요즘은 그런 생각에 자주 뒤척인다.
20대 시절,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에 관한 강의를 부지런히 들으러 다녔는데
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그때 세운 비전과 사명선언문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내 선택들은 '되고 싶다'가 아니라, '되고 싶지 않다'로 이루어졌다.
열린 문이 아니라, 닫힌 문이 나의 방향을 정할 때가 많았다.
말하자면 나의 최선이라는 것은 고작 '버티는 것'이었다.
내가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들, 해서는 안될 일, 되고 싶지 않은 유형의 꼰대.
얇은 주머니, 탈락한 면접, 울리지 않는 전화, 끝내 듣지 못한 말.
그런 것들이 모여 이렇게 작고 동그란 내가 되었다.
이런 것도 과연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파리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센강을 달리는 바토무슈 Bateaux Mouches가 가장 좋았다.
1시간 정도 유람선을 타며 파리의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데
저녁노을이 질 때쯤 배에 오르면 마지막 에펠탑을 볼 때쯤엔 깜깜한 밤이 된다.
센강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알렉산드로 3세 다리와 루브르, 시테섬과 노트르담 성당,
파리의 우아한 건물들과 건물 끝까지 솟은
커다란 나무들, 그리고 에펠탑까지 한 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
낡고 오래된 다리 밑으로 보이는 파리의 저녁 풍경은 화려하면서도 평화롭기 그지없는데
주머니가 가벼웠던 나에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강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반짝거리는 야경에 호사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한 시간 내내 아름다운 풍경이 쏟아져내렸다.
아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너무 낭비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다.
아, 이건 누구가 왔으면 참 좋아했겠구나, 이 음식은 누가 정말 좋아할 맛이구나, 하고.
바토무슈의 풍경은 다른 사람이 아닌, 20대의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버티느라 지치기만 했던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넘쳐흐르는 반짝임.
20대의 내가 그렇게 잘 버텨주어서, 오늘의 내가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잃지 않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대견하다고
참 고맙다고.
그때의 작고 동그란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손에 쥐고 있던 폰으로 노래를 틀었다.
에띠드 피아프의 샹송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