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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Sep 13. 2022

03

G 선생님께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가을의 문턱 앞에 서 있어요. 이번 주는 병원 검진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요. 이렇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된 지 거의 5년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마음이 착잡하고 참담한 것은 나아지지가 않다니 참 우습지요. 나아지는 것은 착잡함을 좀 더 빠르게 수습하는 방식이나 '그래도 어쩌겠어.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며 나를 좀 먹는 어두운 생각들로부터 차단하는 방식뿐이에요.


 그래도 저는 이 지난한 과정이 절 예전보다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굳이 고통을 통해 배웠어야 하는가 하는 서러움도 가끔씩 물 밀듯 들어오긴 하지만요,  세상에는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나 섭리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요. 한 때는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 신에게 마구 원망을 퍼붓기도 했었는데-제가 애정 하는 한 드라마의 대사처럼-이제는 그분이 제 의지로 고난을 이겨내길 조바심 내며 지켜보고 계실 거라 믿어요. 그러면서 저는 좀 더 겸손하고 포용력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거겠지요.


 저를 위해 이렇게 걱정해주시는 분들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어떤 상황이더라도 담대히 받아들이는 용기가 저에게 깃들길 바랍니다. 전 할 수 있을 거예요. 근거는 없어요. 그냥 느낌이 그래요.


모두 평안한 밤 보내세요.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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