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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훈 Dec 28. 2018

대표님, 저 사과에 취업시켜주세요!

[운영일지 #1] 북 커뮤니티 사과를 운영하며

2018년 하반기 기수를 마무리하는 참가자 수료식을 지난 22일(토)에 진행했습니다. 지난 4개월 간 진행되었던 내용에 대한 정리와 함께, 2019년 상반기에는 어떤 활동들이 이어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월 1회의 초청강연, 월 1회의 커뮤니티 모임, 중급과정 개설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만큼 성장도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느 때보다 이 자리를 준비하면서 감회가 새로웠고, 내년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참가자 분들의 활동 소감을 한 분씩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분들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냐'라는 말씀과, 특히 '이 모임에 나오는 것이 일에 지쳐있는 자신에게 작은 선물' 같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소감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의 한 마디에 진심이 담겨있다는 것이 온전히 느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 모임을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괜히 부끄러운 맘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표님, 저 사과에 취업 시켜주세요. 2년까지도 기다릴 수 있어요!


그렇게 정해진 프로그램을 잘 마무리하고 뒷풀이로 향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대학생 참가자 한 분이 다가와서 제게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대표님, 저 사과에 취업시켜주세요. 저 2년까지도 기다릴 수 있으니 꼭 취업시켜주세요." 그 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회사'처럼 프로페셔널하게 보인다는 것이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함께 동참하고 싶은 맘이 생겼다는 것이며, 진행해온 방향 또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헉, 혹시 지금 생각하니 제가 이걸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ㅎㅎ)



내년이면 독서모임을 운영한지 10년이 됩니다. 2014년 11월, '서른'이라는 나이를 준비하며 어떤 30대를 보내고 싶은지를 생각했었고, 그 중심에 '책'이 있었습니다. 책과 함께하는 30대를 만들어 갈 것이며, 그것이 하나의 '업'이 된다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될 수 없어도 상관 없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겁게 보낸 시간이 될 테니까요. 어떻게 되더라도 내가 손해를 볼 수 없는 최상의 선택이 되는 셈입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게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있으며,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협력제안이 먼저 들어오기도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꿈꿔보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일에 쏟는 시간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금전적인 이익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제서야 '예산'이라는 것을 세울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으며, 겨우 운영진들 회식비 정도 마련 할 수 있는 수익구조 상태입니다. 그래도 손익분기점을 확인 했다는 것은 매우 큰 성과이지 않을까요?)



막연하게나마 꿈 꿔왔던 모습이 현실 속에서 조금씩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몰라 많이 두렵기도 했지만, 길이라는 것은 결국 '걷기를 시작 한' 이들에게만 열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진짜 걸어가야 하는 길의 첫 걸음은 아직 딛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죠. 지금 제 상황은 '길을 열기 위한 길의 걸음'을 거의 다 걸어왔다는 것입니다.


2018년을 마무리하며 다짐하는 것은, 정말 그 친구의 바램처럼 2년 뒤에 누군가를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성장을 2019년 한 해 동안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그려보고 있었던 2020년의 모습을 더욱 명확하게 그려야만 하는 당위가 참가자의 한 마디를 통해서 생겼습니다. 결국 사람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누군가의 한 마디'이지 않을까요?


'대표님, 저 사과에 취업하고 싶어요.' 라는 한 마디는,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 찾아 온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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