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나는 '인스타충'이었다. 위의 1시간 8분이란 시간은 내가 하루평균적으로인스타그램을 보는 시간이다. 통계상으로 보면 월요일은 주로 2시간 7분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오래 한다는 나의 결론이다.)
일주일 전 나는 평일이던지 주말이던지 간에 내 일거수일투족 샅샅이 남들에게 오픈하곤 했다.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계속 누가 하트를 눌렀는지 또는 스토리를 봤는지 10분 간격으로 확인하는 중독자였다. 그래, 도대체 내 콘텐츠를 누가 보기를 바라는 것일까? 불특정 다수에게? 왜?
회사를 가는 평일에는 나만의 시간이 없다고 툴툴거렸지만 정작 인스타그램을 2시간씩이나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퇴근 후에 밥 먹고 이불에 누워서 인스타그램으로 끊임없이 광고와 남의 일상을 보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것은 그렇게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못할 뿐만아니라 이상하게 답답하고 허망한 느낌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만들었다. 무의미하고 무표정으로 무한정으로 내려가는 스크 로바를 내리는 내 모습이 핸드폰에 비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나 왜 사는 거지?'그리고 설정에서 내가 이 어플을 사용하는 평균 시간을 확인했다. '뭐??? 월요일엔 2시간 7분이나 이것을 봤단 말이야?' 분명 나는 내 시간이 없다고 타임 푸어로 자칭했던 사람인데.... 그래서 나의 패턴을 다시 바라보기로 했다.
1. 평일: 출근하는 일상
-아침: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용으로 본다.
-출근길: 출근길에 뉴스 대신 인스타그램으로 세상을 접한다.
-회사에서 화장실 가는 길: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료와 눈 안 마주치기 위하여 어플 확인 (보는 척)
-볼일을 볼 때 (작은 것 큰 것 둘 다): 볼일 볼 때도 안 심심하기 위하여 봄
-일하다가 잠시: 잠시'쉼'을 느끼고 싶어서 '순간 전환'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점심시간 엘리베이터는 고요하다. 보면 대부분 폰을 본다. 나또한 그렇다.
-점심시간: 점심 먹고 남은 시간에 인스타그램을 본다. 이유는 모르겠다. 버릇인 것 같다.
-퇴근길 지하철: 다들 핸드폰을 보고, 핸드폰을 보면 금방 시간이 간다. 나름 그 순간을 채움
-저녁시간:저녁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지만 집중을 못하고 인스타그램을 본다.
-자기 전: 자기 전에 누워서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제 그만!'을 외치고 끄고 잠을 청한다.
2. 주말: 외출하는 주말
-아침: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용으로 본다.
-넷플릭스를 볼 때: 또 본다. 다른 사람들의 힐링이 느껴지는 주말 하루를 사진으로 본다.
-외출 중: 즐거운 일, 특이하고 재미있는 풍경이 있다면 찍어서 스토리에 올린다.
-외출 후: 스토리에 올린 사진에 누가 반응을 하고 누가 봤는지 계속 확인한다.
-저녁시간: 넷플릭스 또는 유튜브를 보면서 저녁을 먹고 있지만 또 인스타그램을 본다.
-자기 전: 자기 전에 누워서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제 그만!'을 외치고 끄고 잠을 청한다.
3. 주말: 외출 안 하는 주말
-아침: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용으로 본다.
-넷플릭스를 볼 때: 또 본다. 다른 사람들의 힐링이 느껴지는 주말 하루를 사진으로 본다.
-오후: 책에 집중하자고 마음 먹지만 30분도 안된채 핸드폰을 부여잡고 인스타를 본다. (책을 보는 시간인지 인스타를 보는 시간인지 구분이 안 간다.)
-저녁시간: 넷플릭스 또는 유튜브를 보면서 저녁을 먹고 있지만 또 인스타그램을 본다.
-자기 전: 자기 전에 누워서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제 그만!'을 외치고 끄고 잠을 청한다.
인스타그램을 잘 안 하던 3년 전과 다른 나의 생활패턴을 깨닫고 너무 실망했다. 그땐 넷플릭스도 잘 안 보던 때라, 책과 라디오 그리고 일기장의 나의 고민을 같이 속삭였던 매개체였는데. 지금은 고민의 시간도 없이
(나의 생각을 없애는)것에 '몰두'도 아닌 스크 로바라는 '스쳐 지나감'으로 내 소중한 순간들을 무의미하게
채웠던 것일까?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네"
복잡하고 시끄러웠던 '타인의 삶'과 파도같이 물밀듯 한 '광고'들로 넘실거렸던 무지갯빛 어플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내가 찾은 것은 마음속 '고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