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고 내비게이션으로 '사원 인증'을 하면,
콜센터에서 확인하고 가까운 곳의 손님을 연결해준다.
손님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 및 상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전화.
"안녕하세요, 콜택시입니다. 지금 @@@에서 출발합니다. 도착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받는 손님의 목소리가 친절하면 가는 길이 가볍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콜을 받고 목적지로 향했다.
목소리가 상냥했다.
목적지인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주차를 하고
'지금 댁 앞에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통화를 한 뒤 손님을 기다렸다.
손님은 휠체어를 탄 중학생이었다.
등굣길.
며칠 전에도 한번 태웠던 학생인데, 그때는 배웅만 받고 혼자서 탔었다.
이번에는 보호자 한 분도 동승했다.
초보 기사임을 온몸으로 티 내고 있는 내게, 학생의 보호자는
"내부(순환로) 타시면 안 돼요.."
라고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시켰다.
지난번 처음 모셨을 때 '내비게이션 따라 내부순환로를 타면 우리 OO이 학교 못 가요'라는 주의 사항을 듣고는 많이 긴장했었다.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내비게이션의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내부순환로로 안내를 해준다.
'저걸 올라타면 학교에 못 간단 말이지... 탄다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돌아가고 또 얼마나 학교에 늦을지, 정말 학교에 못 가버리는 건 아니겠지...'가 살짝 궁금했지만,
겁 많은 나의 손은 벌써 핸들을 옆길로 돌리고 있었다.
내부 순환로 옆길로 가자마자 얼마 안 가서 내비게이션의 그녀는 다른 경로로 안내해주었다.
아마도 몇 번은 내부순환로를 타는 바람에 학교를 못 가거나 혹은 지각을 했었음이 틀림없다.
그때 학생의 반응은 어땠을까?
지각할까 봐 안절부절못했거나, 아니면...
나 같으면 택시기사 핑계로 잠깐의 외유를 즐겼을 텐데.
무사히 학교에 도착해서 휠체어를 내리고 요금을 받았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하고 리프트를 올리고 있으려니 학생이 뭐라 뭐라 말을 했다.
목소리가 작은 데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물음표를 머금은 표정으로 보고 있자니 보호자분이 말씀하셨다.
"좋은 하루 되시래요"
잠시 '그게 무슨 말인가?'하고 당황했다.
딴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몸이 불편한 데다가 언어도 어눌한, 그런 학생이 그런 말을 할 거란 기대는 아예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인사를 받으며 시작하는 아침이었지만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그 날 이후로 가끔 만나면 낯을 익힌 그 학생이 말을 건넨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이제는 또렷하게 잘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