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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황미옥 Oct 14. 2021

삶을 돌아보며

내시경 검사

오늘 위 대장 내시경 검사하고 왔다.

약발이 잘받은건지 변비약까지 처방받아서 먹어서 그런지 새벽내내 화장실 들락거린다고 잠을 거의 못잤다. 아무튼 문제는 내시경 직전에 생겼다. 입에 어떤 기구를 끼우고는 옆으로 누운 상태였다. 긴장되는지 물었다. 긴장이 된다고 하니, 의사의 음성이 들린다. "푹 주무세요." 그런데 나는 그 순간 하지말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 너무 갑갑하고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를 떠올려보면, 911 테러 당시 페리 안에 갇혀있었던 이후부터 밀폐된 공간이나 갑갑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를 자주 발견했다. 극도로 정상적이지 못한 순간들을 여러번 경험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 갑갑함을 참지 못한 것이다.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아볼 수는 없을까? 의사말대로 푹잠들어버린다면 잊혀질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도 이렇게 다가올까... 이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1시간 30분이 지난 상태였다. 의사와 면담을 해서 들어보니, 시술중에 위급한 상황은 없었다고했다. 잘 자서 시술도 잘 마쳤다고 했다. 시술전에 혈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90 50. 저혈압일때가 간혹 있는데 오늘도 그랬다. 그래서 더 어지뤄웠다. 집에 와서도 어지러움증이 계속되어 죽을 먹고 쉬었다.

집에 있는 책 하나를 꺼냈다. <인생수업>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것이 언제였는가?

아침의 냄새를 맡아 본 것은 언제였는가?

아기의 머리를 만져 본 것은?

정말로 음식을 맛보고 즐긴 것은?

맨발로 풀밭을 걸어 본 것은?

파란 하늘을 본 것은 또 언제였는가?

많은 사람ㄷ늘이 바다 가까이 살지만 바다를 볼 시간이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한 번만 더 별을 보고 싶다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하라."

내시경하러갔다가 내 삶을 돌아본다.

공부도 좋고, 책도 좋고, 글쓰기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

내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전화통화하고, 누구와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지 돌아본다.

내시경 갔다왔다고 토닥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나는 오늘도 웃고 웃는다.

사람냄새 나는 미옥이고 싶다.

아직 어지럽다.

블루투스 키보드가 고장났는데 한 번만 더 쓰게 해달라고 빌었더니 켜졌다. 남편이 옆에서 주문해준다. ㅋㅋㅋ

2015년부터 썼으니 7년 썼다. 정든 키보드야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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