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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artist Jul 27. 2017

Part 5. 4 꿈의 길 #4, 히말라야 무동력 횡단

티벳 순례길

다시 출발이다.

라이더의 하루는 길 위에서 피어 자전거 체인 위에서 죽는다. 내면에는 나아가고자 하는 자와 멈추고자 하는 마음이 끊임없는 협상을 한다. 피곤함을 잔뜩 껴안은 지친 몸이 타협에 성공하는 해 질 녘 티베트 고원의 어느 오르막에서 자전거는 멈췄고 원정대는 마침내 마나사로바호수 Manasarovar lake에 도달했다.

파란 하늘에 둥실둥실 뜬구름은 춤을 추고, 맑은 호수는 노을을 머금었다.


이 호수는 남쵸호수, 암드록쵸 호수와 함께 티베트의 3대 성스로운 호수로 불리며, 힌두교의 시바신의 부인이 목욕했다는 전설, 마야 부인이 목욕을 한 후 부처를 잉태했다는 설이 있는 힌두, 불교, 자이나교의 성스로운 호수이다.

특히 인도인의 성지순례지로 유명한데, 목욕을 하면 죄를 씻어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추운 겨울과 높은 고도에도 많은 순례객이 목욕을 하거나 물을 담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마하트마 간디조차 자신을 여기 뿌려 달라는 유언을 했고, 일부 유해가 그의 뜻에 따라 이곳에 뿌려졌다고 한다.


호숫가에 위치한 열악한 숙소에 짐을 풀고, 원정대도 성스로움을 마주한다. 그동안의 죄를 참회하고 남은 일정을 잘 보내기 위해 호수로 들어가 본다. 한국에서 출발하던 그 때로 시곗바늘을 돌아가고 수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히말라야산맥을 누비며 원하지 않았지만 자연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다. '배율', '샹그릴라'를 찾겠다며 여러 사람들에게 신세를 져야 했다.

 뼛속까지 시린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며 얼룩진 후회의 옷을 씻어낸다.


노을이 서풍을 쫓아 능선 아래로 몸을 숨기고 호숫가에는 어둠이 고요와 함께 찾아왔다.  우주의 자궁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잉태할 것인가? 원정이 끝나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깊어지는 어둠에 내 고민도 깊어간다.


 지평선에 펼쳐진 초원과 얼음을 안은 거대한 산을 아침햇살이 비치고,  고결한 마나사로바호수를 뒤로하고 티베트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카일라스로 향했다.

성산(聖山) 카일라스의 위용, 장엄한 감동

Kailāśa Parvata ) 카일라스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수정’을 의미한다. 이 명칭이 영어에 전해지면서 ‘카일라쉬’(Kailash) 또는 ‘카일라스’(Kailas)로 전해졌다. 해발 6,656m의 신성한 이 산은 누구도 올라본 적 없는 곳이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에서 모두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는 곳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이 바로 이 산이다. 각 종교마다 이곳을 성지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산 주위를 티베트 불교도는 오른쪽으로 약 52km의 코라를 돌며 염주를 돌리며 불경을 외거나 오체 투지하며 순례한다.

 명성에 걸맞게 이 산은 일 년 내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 천 킬로를 날아 이곳을 찾아온 이방인에게 신은 시간의 뫼비우스 띠를 잘라 그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전생에 좋은 일이라도 한 걸까? 이렇게 신성한 산에 올 수 있다니, 참 영광이다. 원정대도 자전거에서 내려 성스러운 카일라스의 순례길을 돌았다.

 '성스러운'의 형용사에 대한 오해가 있은 걸까? 산의 입구는 대규모 주차시설이 들어서고 있었고, 순례자들의 주린 배를 채워 줄 각종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다. 입구에 위치한 마을은 시장 바닥처럼 소란하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쓰레기와 음식점이 뒤섞인 혼잡함은 성산(聖山) 과는 너무 먼 지옥의 길목 같았다. 온몸을 굽혀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역시 진짜 고행을 하기보다는 관광객들의 눈치를 살피며 돈을 갈구하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이 난잡한 곳을 성산이며 지구의 중심이라고 하는 것일까? 짙은 의구심 마저 들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순수한 자연이 존재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길수록 어수선한 분위기는 크게 줄어들었다.  티베트가 샹그릴라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라싸에 도착하고부터 그것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하루빨리 도시의 네모난 그늘을 떠나서, 거침없이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샹그릴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얀 설산을 뒤로하고 흩어지는 빛과 바람에 몸을 담근다. 순례의 길은 계속된다. 조그마하던 카일라스 점점 크게 보이고 산봉우리를 덮은 만년설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전생에 좋은 일이라도 한 걸까? 이렇게 신성한 산에 올 수 있다니, 참 영광이다.

어둠이 사라지고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돌 마라(Drolma La Pass,5,630m) 고개를 넘는다. 4만 km를 돌아온 첫 태양이 신성한 산을 비추고, 하얀 눈은 백마의 빛나는 갈기처럼 반짝였다.

고개 정상부에는 얼어붙은 룬다가 수십 겹으로 쌓여 이생의 안녕을 기도하고 다음 생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다녀간 수십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흔적 대신하고 있었다.

8천 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면서도 신성이란 이름으로 제한한 이곳에서, 신성함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망가뜨리는 것도 사람이란 것을 깨닫는다.


오체투지를 상품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에도 자신의 믿음을 지켜가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여기 온 이유는 깨끗한 산을 보고 위함이 아니다. 카일라스가 신성한 산이라 불리는 것은 신비하고 영적인 풍경보다는 이상향을 바라는 인간의 간절함이 한 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길이 끝나갈 때쯤 나는 두 젊은 티베트인들과 함께 걸었다. 그들은 문명의 번잡함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유목민이었다. 크고 유명한 사원과 마을이 아닌 자신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사는 티베트의 진짜 보석이었다.

삶은 어차피 기나긴 여행길이다.

원정대는 삶의 끝나지 않는 여행길을 따라 티베트 카일라스를 코라를 마치고 또다시 먼 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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