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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erver K Jun 25. 2024

시계제로, 안개속으로 사라지는 것들

[마켓 코멘터리 - 뉴질랜드]


오늘은 축축한 안개가 점령군처럼 소리 없이 내려앉으면서 하루가 시작됩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GDP 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여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들어선 뉴질랜드 경기는 안개를 닮은 듯 캄캄한 시계제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도산과 폐업뉴스 속에서 시선을 끄는 3개 기업의 소식을 정리해 봅니다.


1. Smith & Caughey's  백화점


                                     사진출처 1news - Supplied/Smith and Caughey's


1880년 여성 기업가 Marianne Smith 에 의해 의류, 모자 등 패션 아이템을 위주로 설립된 Smith & Caughey's 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Luxury Retail 기업입니다.  오클랜드 퀸스트리트에 위치하고 있는 본점 건물은 헤리티지 카테고리 1에 등록된 오클랜드의 아이콘과 같은 건물로 해마다 성탄절이면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그 앞을 오가는 남녀노소 모두를 설레게 하곤 했습니다.

   

                                       사진출처 1news - Supplied/Smith and Caughey's


지난 5월 29일 Smith & Caughey's 는 누적적자를 감당하기 어렵고 더 이상 생존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폐업을 결정하였다고 알렸습니다. 폐업은 2025년초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https://www.rnz.co.nz/news/national/518135/smith-and-caughey-s-announces-plan-to-close 


Smith & Caughey's 의 폐업은 전세계적인 백화점 비지니스의 부진과 궤를 같이 합니다. 특히 오클랜드는 Westfield 를 선두로 대형 럭셔리 쇼핑몰들의 약진이 두드리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게 가장 큰 원인으로 설명됩니다.


꺾여버린 추세를 다시 돌이키기는 어려울겁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유형의 자산인 건물만큼은 제대로 보존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클랜드 시장은 그 건물자리에 아파트 건설 계획을 언급하였습니다. 가뜩이나 시장이 바뀔때마다 괴랄한 공사로 너덜너덜해진 퀸스트리트에 숨통을 끊어버리는 계획이 아닐 수 없을겁니다.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처럼 기존의 상식을 뛰어 넘는 공간기획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2. flybuys


1996년에 설립된 Loyalty programme 입니다.가입자수는 250만명 정도이고 뉴질랜드 전체 가구의 70% 정도가 가입되어 있는 뉴질랜드 최대의 Loyalty Programme 이자 Reward Scheme 입니다. 


BNZ, IAG 보험, Food Stuff, Z Enery 가 각각 25% 씩 지분을 갖고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브랜드는 약 50여 업체로 한때 Air New Zealand 나 Spark 등 대기업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flybuys 측은 지난 5월 30일 공지를 통해 폐업소식과 함께 회원들에게 올해 12월말까지 포인트를 소진하라고 알렸습니다. 


https://www.rnz.co.nz/news/business/518236/flybuys-to-come-to-an-end 


Loyalty Programme 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지니스의 특성을 갖습니다. 공급자가 늘어야 수요자도 늘어나고 수요자가 늘어나야 공급자도 늘어납니다. 30년의 세월동안 50여개의 정도의 브랜드만 참여하고 있는 점 그리고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철수한 점등을 보면 공급자 풀이 협소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수요자들에 대한 Reward 도 제한적이겠고요.


공급자 관점에서 보면 특히나 요즘과 같은 하이테크의 시대에 독자적인 마케팅방법이나 툴이 무궁무진한데 굳이 Loyalty 플랫폼에 종속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남은 기간 부지런히 포인트 더 쌓아서 잊지말고 연말까지 다 털어야겠습니다.


3. Themarket.com


재무제표만 보면 빨리 접는게 맞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심정적으로는 좀 더 분투해보길 바랬었습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치열하게 싸우는 성공스토리 하나쯤은 진심 보고 싶었는데 칼솜씨 자랑하다 총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인디아나 존스의 한장면같은 허망함을 봅니다.


https://www.nzherald.co.nz/business/the-warehouse-confirms-themarketcom-closure-as-group-sales-worsen/FPOOXX5OGRAQLH5Y66T7A5NCGY/


지난 포스팅에서 다뤘던 themarket.com 이 공식적으로 close 됩니다.


https://brunch.co.kr/@kiyunglee41lb/13

웨어하우스 그룹은 지난 2월중에도 총 5,200만불을 투자한 torpedo7 을 단돈 $1에 매각하고 6,000만불을 손실처리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nzherald.co.nz/business/the-warehouse-group-sells-torpedo7-to-former-breakers-and-supermarket-owners-for-one-dollar/HMFY4ELDBRBC7DJ7XWTC2E7CM4/


그룹 전체로 상반기에만 2,300만불의 적자를 기록하여 torpedo7 과 themarket.com 영업손실의 파괴력을 짐작케 합니다.  


다른 피봇팅 방법이 전혀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재무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인줄 압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그룹전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themarket.com 의 퇴장으로 앞으로 한동안 뉴질랜드에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의 출현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ferrit 과 themarket 의 악몽은 아마존을 꿈꾸는 자들에게 볼드모트가 남긴 흉터로 남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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