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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ra Jan 09. 2021

작은 노력이 소중하다

feat. 무라카미 하루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rologue

이른 아침 6시 오랜만에 일찍 눈이 떠졌다. 더 자볼까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못내 일어난다. 커피물을 올리고 알약 두 알을 꺼내 물과 삼킨다. 원래도 취미가 없던 살림, 사업을 시작하고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살림 바보가 되었다. 두 사람 먹고사는 단출한 주방 싱크에 설거지가 쌓여 있고 음식물 쓰레기 냄새까지 아침부터 주방 꼴을 보니 한숨이 난다. 지난밤 아이패드로 그린 만다라타를 떠올린다. 성공과 성취의 단어가 81개 박스에 꽉 차 있다. 평생 체력보다 큰 꿈을 꾸었다. 나이 마흔, 변함없이 꿈을 꾸는 건 좋은 일이고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라도 꾸어야 무엇이든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운 체력 우주의 기운이 모여 나를 도와주어야 한다. 쉽게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을 꿈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므로. 조급한 인격과 모자란 노력으로 자책하거나 실망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 순간이야 말로 작은 일들에 성실하게 임하는 일이 도움이 된다. 자고 일어난 침구를 말끔하게 정리해두는 일, 머무는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건강한 식재료로 간단한 조리법을 익혀 요리해 먹기,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해서 빈 공간 확보하기, 하루를 시작할 때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기, 추워도 20분이라도 걷기. 미리 장보기, 따뜻한 차 마시기,  양초로 온기를 더하기.

하나의 풍경 속에 타인과 다른 모습을 파악하고, 타인과 다른 것을 느끼며, 타인과 다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손에 들고 읽어준다는 드문 상황도 생겨난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40

좋아하는 책 팟캐스트에서 능력의 70%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천직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방법은 잘 몰랐지만 정말 멋지게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비극은 ‘잘한다’는 것의 기준도 분기별 목표조차 가늠할 능력이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새로운 여정은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은 누군가와 함께 해 나가는 것이다. 내향적이고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라 남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려웠다. 힘든 것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찾아온 번 아웃.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지쳐버렸다. 예상보다 길고 어려운 레이스를 달리다 연료를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올해는 작은 일들을 조심스럽게 이어가며 온전한 하루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 삶은 길고 여전히 아름답다. 토닥토닥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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