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무라카미 하루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rologue
이른 아침 6시 오랜만에 일찍 눈이 떠졌다. 더 자볼까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못내 일어난다. 커피물을 올리고 알약 두 알을 꺼내 물과 삼킨다. 원래도 취미가 없던 살림, 사업을 시작하고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살림 바보가 되었다. 두 사람 먹고사는 단출한 주방 싱크에 설거지가 쌓여 있고 음식물 쓰레기 냄새까지 아침부터 주방 꼴을 보니 한숨이 난다. 지난밤 아이패드로 그린 만다라타를 떠올린다. 성공과 성취의 단어가 81개 박스에 꽉 차 있다. 평생 체력보다 큰 꿈을 꾸었다. 나이 마흔, 변함없이 꿈을 꾸는 건 좋은 일이고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라도 꾸어야 무엇이든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운 체력 우주의 기운이 모여 나를 도와주어야 한다. 쉽게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을 꿈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므로. 조급한 인격과 모자란 노력으로 자책하거나 실망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 순간이야 말로 작은 일들에 성실하게 임하는 일이 도움이 된다. 자고 일어난 침구를 말끔하게 정리해두는 일, 머무는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건강한 식재료로 간단한 조리법을 익혀 요리해 먹기,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해서 빈 공간 확보하기, 하루를 시작할 때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기, 추워도 20분이라도 걷기. 미리 장보기, 따뜻한 차 마시기, 양초로 온기를 더하기.
하나의 풍경 속에 타인과 다른 모습을 파악하고, 타인과 다른 것을 느끼며, 타인과 다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손에 들고 읽어준다는 드문 상황도 생겨난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40
좋아하는 책 팟캐스트에서 능력의 70%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천직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방법은 잘 몰랐지만 정말 멋지게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비극은 ‘잘한다’는 것의 기준도 분기별 목표조차 가늠할 능력이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새로운 여정은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은 누군가와 함께 해 나가는 것이다. 내향적이고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라 남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려웠다. 힘든 것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찾아온 번 아웃.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지쳐버렸다. 예상보다 길고 어려운 레이스를 달리다 연료를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올해는 작은 일들을 조심스럽게 이어가며 온전한 하루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 삶은 길고 여전히 아름답다. 토닥토닥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