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캐스팅 #콧웃음정도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이제 사람들은 속옷만 입은 채 시위할 수 있는데 그 자체가 시위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며 시위란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 "난 ~을 지지하고 (stand for) 이를 위해 행진한다 (march for)"라는 것을 표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지만 이젠 그런 신념 없이도 손가락 하나만 있으면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위할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거리로 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더불어 SNS의 많은 손가락들이 모여 중요한 문제를 '이슈화' 시키기에 궁극적으로 정책구조에 또는 전반적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선'한 것도 '악'용 될 수 있는 법.
이제 자본주의의 #돈룩업 캠페인과 재앙을 알리는 #룩업 캠페인의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명에서 암시된 결말이고 현란한 인서트들이 지나갔지만 이 분들과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셋, 제니퍼 로렌스, 조나 힐, 디카프리오, 티모시 살로메... 게다가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핫하고 연기 잘하고 인기 많은 유명인사들이 모였다. 난해하면서도 재미있었던 <빅 쇼트>의 감독의 작품을 위해. 하지만 그들의 쓰임새가 한없이 아쉽고 대부분의 캐릭터의 깊이가 발목까지 얕아서 실망스러웠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하나둘씩 나타나는 사랑스러운 배우들을 알아보는 재미도 잠시. 과하게 일차원적인 캐릭터 묘사에 흥미를 잃게 된다. 너무 많은 주제를 너무 많은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하려니 더 많은 것을 잃은 느낌.
Based on real events that haven't happened.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홍보하는 트레일러를 영화 관람 후 보고 극한 공감을 했다. 재앙의 메시지를 가지고 나온 교수의 외모만 부각되고 재앙을 발견한 학생의 간절한 외침은 밈이 되어 웃음거리가 된다. 재직 중인 대학이 아이비리그가 아니란 이유에 그들의 발견은 비하되고 정치적인 이유로 무시되었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수면에 올린다. IT 대기업 대표는 이 와중에 재앙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을 계산하고 <더 포스트>와 <철의 여인>인 메릴 스트립 대통령은 너무나도 쉽게 설득된다.
외모지상주의, 학벌주의, SNS의 남용, IT 대기업의 정보력 (다큐 '소셜 딜레마' 강력추천),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 그리고 진실을 찾는 소수. 이미 이 세상에는 모든 전제가 다 갖추어졌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무섭다. 게다가 정치인과 매스컴이 좋아하는 여러 아이비리그 교수의 확증과 디카프리오의 외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자본주의 앞에 무너진다. 공포스럽다. 나처럼 학벌도 외모도 돈도 빼어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냥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정치인에게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모든 영화에 교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빅 쇼트> 때처럼 문제의식을 일으키고 정보전달을 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뭔가 찝찝하다.
<앵커맨> 및 <SNL> 출신에게 기대되었던 웃음이라곤 콧웃음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빨리 갔고 배우들 알아보는 재미도 솔솔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SNS에는 어느 해시태그를 달 것인가?
#룩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