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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군 Jun 28. 2020

[단편] 혼자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늘 유난히 피곤하다. 바이러스로 시끄러워진 이후 거리두기 정책 덕분에 회식은 줄었지만 이상하게 피로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 한 잔 하고 싶을 때 술자리를 못하는 것이 아쉽다. 넥타이를 풀고 소파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자꾸 일 생각이 난다. 당장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간보고가 다음 주인데 아직 보고서는 시작도 못했다. 입으로만 일하는 보스는 아마 내일쯤 보고서 얘기를 꺼낼 것이다. 또 업무협조가 잘 안 되는 다른 팀 담당자들과도 내일은 담판을 지어야 한다. 생각을 접고 TV를 켰다. 자주 보던 예능프로를 선택했다. 한 시간 동안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소파에 기대어 TV를 봤다. 졸음이 몰려온다.  


시끄러운 광고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와이셔츠를 빨래통에 넣고 라면을 끓였다. 참치캔을 하나 꺼내 라면과 같이 먹었다. TV에선 방송이 이어진다. 뉴스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다시 먹는 데 집중했다. 다 먹은 후 싱크에 그릇을 넣고 물에 담갔다. 설거지는 내일 하기로 마음먹었다. 참치캔은 휴지로 기름기를 닦아 분리수거 통에 던져 넣었다.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한참 TV를 보다 폰을 들었다. 늦었지만 친구나 불러볼까 카톡을 열었다. 친구 목록의 스크롤을 내리다 연락해봐야 반가워할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폰을 내려놨다. 다시 폰을 들어 몇 달 전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카톡방을 열었다. 그동안 여러 번 카톡방을 나올까 말까 고민했지만 아직도 나오지 못했다. 여자 친구는 나를 차단했는지 이제 프로필 사진도 보이지 않는다. 카톡을 다시 보다 폰을 내려놨다. 갈증이 인다.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다시 TV를 본다. 책을 볼까 잡았다 다시 내려놨다. 피곤한 날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베란다 창을 열고 잠시 밖을 구경했다. 가만히 지나는 사람들을 보다 시선을 들어 밤하늘을 봤다. 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홀로 떠 있는 초승달을 잠시 바라보다 문을 닫았다. 아직 더운 날씨는 아니다. 산책을 할까 고민하다 그냥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맥주를 한 캔 또 꺼냈다. 라면이 짜서 그런지 맥주캔이 금방 빈다. 결국 방송이 끝나기 전 한 캔을 다시 꺼냈다.


폰이 울린다. 메시지가 들어왔다. 인터넷 도박 광고다. 매번 차단을 하는데 어떻게 알고 계속 광고를 보내는 걸까. 폰을 든 김에 소파에 누워 웹툰을 본다. 금세 한 시간이 지났다.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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