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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찐 냥이 Nov 24. 2023

001.  제법 잘 어울리는 관계

빵과 책 그리고 커피

빵과 커피 그리고 책은 서로 잘 어울린다. 


왜 그런지 마음이 허전한 시간이 예고 없이 찾아올 때에는 빈 마음을 챙겨 들고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어떤 빵이든 좋다. 찾아본다. 잼을 듬뿍 바른 식빵도 좋고 포크 한 번에 부스러지는 스콘도 좋다.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있으면 산책 겸 걷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냉동실을 뒤적여본다.


다행히 다람쥐가 도토리를 쟁겨놓듯이 나중에 먹기 위해 지퍼백에 꽁꽁 담아놓은 빵들을 잡히는 대로 줄줄이 확인해 본다. “생크림 카스텔라는 아쉽게도 딱 하나 남았으니까 내일의 나를 위해 양보하고, 밤 만주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먹고 앙버터는 녹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지금은?”

오늘은 간단하게 식빵을 꺼낸다. 꽁꽁 얼어있는 우유 식빵을 전자레인지에 잠시 몸을 녹이게 시간을 준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준비한다. 커피백은 한 번에 한 봉지씩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간편한 것뿐만 아니라 개별포장 덕분인지 향을 잘 잡아줘서 비교적 커피를 내릴 때 향기가 샤르르 올라온다.


빵과 커피가 준비가 되었다면 잔뜩 빌려놓은 책을 집어든다. 종종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통해 상호대차로 책을 빌린다.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나가는 잠깐의 설렘은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과 비슷하다. 어떤 세상이 들어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에 손바닥을 누르는 무게감을 가볍게 천가방에 담아서 들고 온 책을 한 권씩 솜 소독제로 닦으며 놓는다.


자, 이제 준비가 됐다. 빵과 꿀, 크림치즈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준비가 됐다. 식빵에는 의외로 꿀이 잘 어울린다. 꿀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같이 올려 먹으면 치즈의 여운이 달콤함과 만나 순간의 기쁨이 배가 된다.


맛과 향 그리고 읽을거리로 나를 채우는 것들을 준비했으니 이제 야금야금 잘 먹어주는 시간이 왔다. 매일 삶의 방향이 바뀔 정도의 큰 행복이 까만 하늘의 반짝이는 불꽃놀이처럼 ‘펑’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순간을 채울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지금은 ‘포로롱’ 하고 작은 만족감이 피어오르니까.


빵에 진심입니다. 대문그림은 앙버터 프레첼입니다. 겉은 살짝 뻑뻑하고 쫀득한데 짭짤하고 고소한 프레첼입니다. 빵의 배를 가르고 팥과 버터를 채워넣습니다. 빵 진열대앞에서 눈싸움을 하면서 조금 통통한 녀석을 고릅니다. 달달 느끼 고소 짭짤함에 더할 나위없이 만족하게 되는 빵입니다.


평범한 식빵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게 되는 
 나 자신을 생각하며 쓰고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남들처럼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서는 식빵이의 앞날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결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식빵’으로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그냥 식빵이 더 좋을 수 있으니까요.’
-지은이: 종종-


평범한 식빵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평범함이 콤플렉스인 나를 자극한 책인데 그 밋밋한 식빵의 존재감에 이끌려 펼쳐보았습니다. 식빵이라는 밋밋함이 주는 단점과 장점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떠한 재료를 만나서 어떠함이 되는 식빵의 특별함이 나의 특별함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습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어제보다 오늘보다 나아진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엇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더 해보고 싶어 집니다. 

어제의 내가 채소 듬뿍 샌드위치의 식빵이 이었다면 오늘은 담백한 토스트 식빵이고 내일은 도톰하고 달달하고 바삭한 허니브레드 식빵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점점 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내일의 또 다른 나’라는 식빵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_평범한 식빵/종종글그림/그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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