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strong Oct 18. 2018

수면 교육 1

휴일 연휴 중 첫 3일은 내가 수면 교육을 맡기로 했다. 아내는 마음이 아파 수면 교육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즐겁지 않다.  (수면 교육은 대부분 아이가 숨이 넘어 갈 듯 한 울음소리를 내기 때문)


나도 당연히 자식이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아내가 아픈 것 보다는 내가 아픈 걸 견디는 게 나으니 내가 맡기로 했다. 그런 역할을 맡는 사람은 어느 가정이나 조직이나 단체에 항상 있다. 이번엔 그게 나였을 뿐이다.


4월30일 밤부터 수면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은 단순했다. 우리 아이는 통상 6시쯤 목욕을 하고 6시 반쯤 마지막 분유를 먹은 뒤 7시를 전후해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장모님과 함께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그 이후 수시로 울고 장모님은 그 때마다 토닥여 달랜다.


각종 수면 교육 서적과 블로그 경험담을 토대로 우리 부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1. 아이를 방에 눕히면 잘 때까지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2. 아이가 밤잠을 자는 동안 중간에 깨더라도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3. 절대로 사람 품에서 잠을 자게 하지 않는다.


매우 간단한 원칙이다. ‘어, 그냥 눕히고 나오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쉬운데 무슨 교육이라는 거야, 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맞다. 그냥 눕히고 나오면 된다. 그런데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첫 날 밤을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친구들, 간호사들과 함께 보낸다. 산부인과에서 곧바로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해 2주(또는 4주 이상) 간 역시 신생아실에서 친구들, 신생아 담당 선생님들과 함께 보낸다.


조리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온 우리 아이는 그 때부터 장모님(또는 가끔 부모)과 함께 잠을 잤다. 무려 태어나서 5개월 2주 동안 단 한 순간도 혼자서 지내본 적이 없던 것이다. 그런 아이를 혼자 방에 두고 나온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그 전까지 ‘아이 옆에 꼭 누군가 붙어 있어야 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래 우리 아이는 이제 방에서 스스로 잘 거야’라고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 한 번이라도 수면 교육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 마음을 먹는다는 게 두 달 간 살 20kg을 빼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걸 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후 6주가 지나면 밤에 먹지 않아도, 누구의 도움 없이도, 잠에서 깨지 않고 잘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어른들(부모 또는 조부모 등)이 그 사실을 모르고 아이들이 잠을 잘 때 괜히 토닥여주고 안아주고 업어주는 것이다. 그게 스스로 잠을 잘 수 있는 아이들의 능력을 빼앗는 길인지도 모른 채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랬다. 아이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라고 착각하고 아이가 태생부터 갖고 태어난 능력을 멋대로 빼앗았다.


또한 잠을 잘 때 한 번씩 아이들이 뒤척이며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잠에서 깨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냥 어른들도 한 번씩 자다가 뒤척이는 것처럼 아이들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놔두면 알아서 다시 잔다.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런데 다시 잠을 자는 걸 도와주겠다며 옆에서 두드리니 아이들 입장에선 얼마나 괴롭겠는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아 왜 자꾸 잠을 자려는데 두드려서 깨우는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가 새벽 2시에 뒤척이는데 누군가 몸을 두드리며 갑자기 노래를 불러준다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못자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잠을 안 자서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건 거의 100% 위와 같은 행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내가 다 키워본 게 아니니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거의' 100%라고 했다.)


우리도 그랬다. 생후 50일쯤 됐을 때 우리 아이는 밤에 수유를 하면 조금 먹는 척 하더니 다시 잤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아이가 좀 칭얼대면 먹는 시간인가 싶어 분유를 타 먹였다. 밤에 자다 갑자기 누군가 깨워서 라면 먹고 자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아이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 못 자는 아이와 잠 못 드는 아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