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Heroine을 찾아서
드디어 기다리던 World Surf League 우먼 프로 챔피언십이 시작되었다.
경기가 열리는 Cascais의 한 호스텔을 예약했다.
리스본에서 까스까이스는 기차로 45분 정도의 거리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까스까이스의 아기자기한 해변들은 포르투갈의 눈부신 햇살과 어우러져 완벽한 휴양지를 만들어낸다.
이곳의 대부분 해변들은 잔잔한 물결로 surfing보다는 sub을 즐기기 좋지만 까스까이스에서 Sintra로 이어지는 곳의 guincho 해변은 다르다.
서퍼들을 설레게 하는 높은 파도가 들어오는 곳이다.
우먼 프로 챔피언십이 이곳 까스까이스의 긴쵸 해변에서 열린다.
긴쵸 해변 주변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에 가스까이스 중심에 있는 호스텔을 이용해야만 했다.
호스텔에서 자전거로 30분을 쉬지 않고 달려 긴쵸 해변에 닿을 수 있었다.
까스까이스는 해안을 따라 보행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천천히 해안을 따라 걸으며 신트라 국립공원을 트레킹 해도 좋을 것이다.
경기는 일주일 정도 진행되지만 매일 경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날의 날씨와 파도 상태를 보며 경기를 진행하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WSL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그날의 경기 알람을 받아서 경기가 있는 날은 자전거로 내달려 갔고,
경기가 없는 날은 가까운 Estoril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관중들은 대부분 현지인이거나 서핑 트립 온 유럽인들 그리고 남미에서 온 서퍼 크루들이다.
유튜브에서만 봐왔던 선수들을 가까이서, 그것도 경기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나도 모르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 뛸 때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하지만 이곳 유럽인들은 참 젊잖다.
다들 큰 소리 없이 박수만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선수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플레이를 끝내고 나올 때 나는 아이돌 팬 마냥 쫓아 뛰어가 사진 찍기 바빴다.
하지만 나처럼 선수를 쫓는 관중은 어린 10대 꿈나무들 몇몇뿐이었다.
살짝 민망해졌지만 나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고 또 언제 이렇게 유명한 선수들을 볼 수 있을지 장담 못하기에 아이돌 팬 마냥 행동할 수밖에.
내 나이 서른이었다.
한 친구는 비아냥대며 내게 물었다.
“유럽 축구 챔피언십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서핑 챔피언십 보러 서유럽 끝 포르투갈로 가는 거야? 혼자서? 너 서핑도 그렇게 잘하지 않잖아?”
“그럼 야구경기 보러 가는 수많은 야구팬들은 다들 야구를 잘할까? 야구공도 한번 안 던져봐도 야구팬인 사람들 많을 텐데?”
좋아하는 것을 쫓는 여정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이번 까스까이스 우먼 프로 챔피언십의 우승컵은 Courtney Conlogue가 차지했다.
코트니가 4강 진출할 때 쫓아가서 함께 찍었던 사진이 더 값지게 되었다.
코트니는 현재도 세계 랭킹 1위의 프로 여성 서퍼이다.
자신만의 테마를 만들고 여행하는 것이야 말로 관광과 여행의 차이가 아닐까.
남들이 다녔던 루트대로 블로거나 책에 나온 곳만 다닌다면, 나만의 여행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