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칠용, 68세, 취미:연날리기
성함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박칠용. 용 일곱 마리요. 나이는 68.
멀리서부터 연 날리시는 거 봤어요. 매일 나오세요?
아니 일이 있음 못 오고. 내가 직업이 있으니까. 내가 타일을 붙여.
스포츠연은 초보자가 할 수 있어요?
이건 위험해요. 오늘 바람이 센 편이에요. 차 운전하는 거하고 똑같아요. 왼쪽으로 꺾으면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고.
실 꼬이면 어쩌죠?
연이 회전하기 때문에 꼬이는 게 정상이에요. 큰 연 보여드릴까?
큰 연도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거예요?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조립하는데 10분 걸립니다. 이게 엄청 운동돼요. 막 뛰어다니고 움직여야 되니까.
이게 실 감는 겁니다. 실 감는 거, 얼레. 이게 8미터 50짜리. 조립식입니다. 대한민국에 나 하나밖에 없어요. 텐트처럼 이렇게 조립식으로 가지고 다녀요. 다 펴고 다니면 힘들잖아요. 조립하다 보면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모여요. 사진 찍으려고.
연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예. 이거 선녀가 토끼 안은 거예요.
이건 재질이 뭐예요?
천이예요 천. 방수천. 바람이 안 샙니다.
이거 얼레도 신기하죠?
이거 비쌉니다. 1kg에 30만 원 가요.
연 날리는 실이 꽤 두꺼워 보여요.
낚싯줄입니다. 이거 안 끊어집니다. 이거 엄청 질깁니다. 40kg까지 견뎌요. 1000m까지 올라가요. 비행기가 비켜가더라고. (웃음)
선녀가 토끼 안은 디자인은 직접 하신 거예요?
이거 재봉틀로 재단해서 만들어놓은 거예요.
많은 이미지 중에 선녀가 토끼 앉고 있는 이미지를 고르신 이유가 있으세요?
달력 보다가 예쁜 거 있음 보고 제작해요. 사진 찍은 거 확대해서 재봉틀 들어가면 되죠. 이거 말고도 연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차로 하나 있어. 차로.
작업은 집에서 하시는 거예요?
집에서 재봉틀로 하는데.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돼.
다 재봉틀로 다 하셨다니,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시행착오 엄청 했었어요. 다 고치고 또 고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해서 만드신 거네요.
하다 보니까 터득이 된 거죠. 처음부터 다 되진 않아요. 이게 건강상에 좋아요.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 어디 부러지고 그러면 직접 수리하고 그래요. 연을 만든 지 1년밖에 안 됐어요. 어릴 때 생각나서 만들어봤어. 난 어릴 때 만들어봤거든요. 그 생각으로 하는 거야.
개성 있게 잘 만드셨네요.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연이라 날리시면 기분 좋으시겠다.
스트레스 확 풀리죠. 하늘이 맑으니까 확 트이잖아. 바닷가에 가면 마음이 확 트이는 것처럼 요즘은 날씨도 좋으니까 좋죠.
연을 직접 만드신 게 몇 개예요?
얘기를 못해요. 맘에 드는 사람 선물도 주고 그랬어요.
저 한번 매봐두 될까요? 이렇게 잡고 있으면 돼요? 실이 진짜 팽팽하네요. 잘못하면 손 베일 것 같은대요?
이게 브레이크야. 자전거 브레이크처럼 이게 풀어지면 실이 나가고 잡으면 서고.
아 자전거 브레이크 구나.(웃음)
이게 11만 원 가드라고. 우리가 만들려면 인건비도 안 나와. 이 거대한 잉어 연은 중국에서 수입해 온 거예요.
와 진짜 거대하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잖아.
멋있어요. 이게 빨갛게 펄럭이고 있으니까. 여기 참 연날리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아요. 수원에서 연날리기 대회하시면 일등하시겠다.
보기 좋죠? 안정이 잡히고 스트레스가 풀리죠.
네. 선녀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오는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잉어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네요.
점점 멀어지니까 보이는 게 갈수록 작아진다고. 기장이 7m50 정도 될 거야.
연을 아무런 모양으로 해도 다 뜨나요?
그래도 중심이 잡혀야지. 중심이 안 잡히면 기울어요. 기울면 안 뜨는 거야.
정말 재밌네요.
이거 끊어지면 못 찾아. 이거 어떻게 찾아. 예전에 연 끊어지니까 슬프더라고. 끊어지면 못 찾는 거야.
연을 잃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몇 번 있죠.
잃어버리셨을 때 어떤 기분?
친구 잃어버린 것 같죠. 오늘 같은 날은 행운이에요. 행운. 바람 안 불면 이거 못 띄워요. 이건 바람이 도와줘야 되는 거예요. 자연이.
그러게요. 바람도 좋고 볕도 좋고. 저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까요?
부속을 구해서 만드는 게 힘들지. 만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신기하다. 저두 언제 연 만들고 싶어요. 만들어 놓으면 평생 날릴 수 있잖아요.
그렇지. 좋지.
외발자전거 할아버지랑 두 분은 알고 계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오다가다 다 여기 사니까. 같은 동갑내기.
나이가 들어서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연날리기 말고도 새로 배우시고 싶은 게 있다면요?
앞으로 체력만 닿는다면 모험을 하고 싶어요. 아무거나. 내가 운동을 잘해요. 인라인 타고 그러는 거.
즐거워 보이세요. 노년의 삶을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내 앞길 모르 거고, 똑같이 누구한테 닥칠지 모르는 일이에요. 앞으로 치매를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는 건 잘하는 거야. 노인정처럼 이웃이 여럿이 모여 살고, 서로 돌봐주고. 서로 도움 주고, 서로 밥해주고. 늙으면 외로움이 문제거든. 그리고 국가에서 따로 노인요양 장관을 만들어야 돼. 관리하는 책임자를 뽑아서 노인 문제를 해결해야 돼. 요즘 핵가족이 많은데, 좋은 게 아니야.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데 점점 더해지잖아. 독거노인도 많아지고 인심이 사나워져. 돈만 알지.
늙음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이제 인생이 한고비 넘어가잖아요. 즐겁게 넘어가야지. 행복하게 받아들여야지 뭐. 맘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니까. 다 자연의 순리대로 가는 거야. 죽음은 크게 상관 안 해. 언젠가는 사람이 한 번은 가게 되어 있어.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야. 한번 태어나면 다시 가게 되어있는 거야. 이렇게 편안하게 살다 가는 거지 뭐.
인터뷰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 좀 시원해지면 같이 연 날리고 싶어요.
그래요. 연락해요. (웃음)
(feat. 외발자전거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연을 날리는데 해방감과 행복감을 느꼈다.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 ‘플립(Flipped)’에 나오는 체스 할아버지가 줄리가 떠올랐다. 이웃집 체스 할아버지가 줄리의 정원 손질을
도와주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일상과 인생의 고민을 나누는 인생 친구가 된다. 할아버지가 줄리와 자신의 손자에게 전하는 대사들이 주옥같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영화 꼭 보시길! 로브 라이너 감독의 ‘플립’입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연을 날리면서 친해졌는데, 세대 차이나 나이 차를 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1회에서 인터뷰했던 외발자전거 할아버지도 우연히 만났는데, 두 분은 서로 취미를 공유하면서
친해진 친구라고 하셨다. 좋아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에는 할아버지들과 외발자전거도 타고 연도 날려야지.
영상 촬영/ 편집 현지윤
사진 촬영 박태식
제작 지원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과 수원문화재단의 제작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