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가게 부부 할머니,할아버지
두 분 성함이랑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원 : 원염웅. 나이는 75.
홍 : 나는 홍명후. 나이는 71세. 여기서 다 세월을 보낸 거지.
이불가게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수원에 잘 없을 땐데, 사람들이 많이 애용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 총각 때.
이불가게 여신 지는 얼마나 된 거죠?
한 50년 됐지. 50년.
두 분이서 같이 시작하신 거예요?
네. 내가 총각 때 장사하는데, 아내의 처형이 내 단골손님이었어. 그때 동생을 소개해준 거지.(웃음)
두 분이 운영하시면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세요?
홍 : 주로 물건 구입 같은 거? 아빠랑 같이 할 때도 있고 주로 둘이 많이 의논해서 같이 해. 총괄도 아빠가 마무리하시고, 나는 정리랑 구색 맞추기를 많이 하지.
가게에 다락방 계단처럼 사다리가 있는데, 2층에는 뭐가 있어요?
보조 물건. 여기에 잘 없는 거. 쌓아놓으면 안 되니까. 진열이 흐름이야. 그전에는 물건을 다 쌓아놨는데 작년부터 이렇게 걸어놔. 손님들이 보시기엔 좋지. 마네킹에 옷 입힌 것처럼 이게 유행이 돼서 이렇게 많이들 걸더라고. 주로 이쁜걸 많이 거니까.
계절마다 잘 팔리는 이불이 있잖아요. 계절마다 어떤 이불이 나오나요?
홍 : 봄에는 차렵이불이라고 해서 도톰한 거. 여름에는 얇은 거. 겨울에는 털 종류. 두꺼운 이불도 있고. 세월이 따뜻해지고 아파트가 많아서, 옛날엔 두꺼웠던 이불이 자꾸 얇아져. 그래서 겨울에는 털. 극세사 이불이 나와서 그렇게 팔고. 계절마다 파는 게 많아. 손님이 많이 오셔서 팔기만 잘하면 되는 거야. 가짓수가 많아. 그러니까 나이 먹어가니까 정신 차려서 집중해서 신경 쓰면서 해야 돼. 가격도 철마다 틀리고 하니까 신경 바짝 세우고 해야 돼.
이불 가짓수가 그냥 보기에도 굉장히 많아요. 정리하는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떻게 정리하세요?
홍 : 그냥 자기 적성도 있고 젊은 사람들 잘해놓은 거 있으면 그런 거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내 아이디어로도 많이 하고. 내가 팔기 좋게. 어떤 이불이 어디에 있다는 것까지 다 기억하면서 정리를 하게 되고, 손님이 와서 찾으면 바로 찾을 수 있게. 철 바뀔 때, 또다시 정리해서 진열하고.
이불가게는 이 자리에서 쭉 하신 거예요?
아니. 중간중간 남한테 세 들어서 다른데서도 하다가 차츰차츰 나이가 먹고 여유가 생기면서 가게를 장만한 거지.
영동 시장에서만 하신 거죠?
원 : 그렇지.
시장의 역사를 많이 아시겠네요. 동네 이웃분들도 많이 남아 계세요?
홍 : 그 시절에 있던 사람들도 조금씩 있지. 두루두루 많이 친해. 또래끼리는. 두루두루 다 친해.
시장에 오래 자리를 잡고 계셨는데,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홍: 그 전에는 행궁동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그랬는데, 지금은 세월이 흐르고 그러니까 젊은 분들이 다 떠나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살아. 주위에 아파트가 생기니까 주변 아파트로 젊은 이들이 나가고, 여긴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살지. 이 시장이 처음보다 지금 많이 좋아진 거아. 처음에는 연탄불도 때고, 불 위험하니까 저녁에는 끄고 아침에 번개탄 해서 하면 12시까지는 추워. 그래서 서있을 때도 있어. 발 동동 구르면서. 유리문 같은 거 문짝이 없을 때는 점심을 먹는데, 밥을 먹다가 너무 추워서 못 먹고 덮었던 적도 있어. 그렇게 추웠었어. 그래도 세월이 좋으니까 연탄불도 안 때지, 문도 달았지. 그래서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거야. 수원시에서도 도와주고 그래서 많이 깨끗해지고 좋아졌지.
그렇죠. 젊은이들이 많이 떠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전보다 시장에 대한 지원도 많아져서 다행이네요. 두 분 이직 접 일구셔서 그런지 가게 곳곳에 애정이 묻어 나와요. (웃음) 오래 자리를 지키시면서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홍 : 손님 중에 엄마가 와서 혼수를 하셨는데, 오래 하다 보니까 따님 결혼시킬 때 또 와서 결혼을 해. 그런 게 몇 건 있어. 데리고 오고 데리고 오고. 대를 이어서. 그러는 게 좀 있더라고.
두 분 말씀 듣다 보면, 다툼 없이 금실 좋은 부부 같으세요.(웃음)
홍 : 큰 싸움은 없지. 우리들은 잘 싸우는데 친구들이 너희들은 안 싸우는구나 하더라고. 그래도 조금씩 의견 차이가 있으니까 말다툼은 하지. 안 한다면 거짓말이고. 그걸 이겨내고 살아야 돼. 서로 잘났다고 하지 말고 굽혀야 돼.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안 하는데, 남 얘기 듣는 것보다 내가 경험해보는 거하고 얘기 듣는 거랑은 달라. 둘이 맺어지면, 혼자 살 때보다 생활이 훨씬 더 여유로워. 둘이 살면 잘 살 수 있어. 의지하고. 인생이 재밌는 일도 많지. 힘든 거 좋은 거 다 있어. 조용히 있다 보면 살아온 걸 한 번 써보고 싶어. 애들이 보게. 아, 우리 엄마가 이런 점도 있었구나. 그렇게 하면 애들이 만족스러울 것 같더라고. 쓰고 싶은데 마음은 표현이 안돼. (웃음)
요즘 일 하시는 건 어떠세요?
홍: 힘이 들지. 젊어서는 많은 걸 움직이고 하고 해도 돈 벌라고 힘든 줄 모른 줄 알았지. 많이 해도 힘든 줄 몰랐어. 나이 드신 분들이 나이 먹어서 힘들다고 하시는 거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들면 그럴까 했는데, 진짜로 그 나이가 되니까 힘도 들고, 아파.
누구나 나이가 들지만, 젊은 시절에는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늙겠지'라고 생각해도 피부에는 잘 와 닿지 않아요. 내가 나이가 들었고, 늙었구나라고 언제 처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홍 : 나도 삼 남매를 낳았거든? 출가를 시키면 손주, 손녀가 생겨. 손님들이 애기를 안고 오더니 옛날에 아줌마, 아저씨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래. 그러니까 이게 늙어가는 거야. 그러니까 이제는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지. 그래서 완전히. 그 전 같으면, 지금은 들어갈 나이지. 지금은 90세 100세시대니까 이렇게 앉아서 하루하루 보내고, 사람 만나고 하는 게 낫다 싶어서 오래 앉아있지.
할머니 소리 들으셨을 때, 서운하시거나 충격받으셨을 것도 같은데.
홍: 서운하지는 않았는데, 아 이게 왔구나. 할머니가 되는구나. 어쩜 시키지도 않았는데,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래. 깜짝 놀랐지 그때는. 이제는 얼굴에 나타나나 그랬지. 그러니까 완전히 할머니가 된 거지. 이제 그렇게 보이나 봐.(웃음)
할아버지는 언제 그런 걸 느끼셨어요?
원 : 마찬가지지. 같이 있다 보니까 같이 물건을 파니까. 아저씨라고 그랬었는데. 마음은 항상 젊은것 같은데, 주위에서 어린애들이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니까 마음은 아닌데 몸은 벌써 할아버지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홍: 일 년에 한 번씩 시장에서 관광을 가요. 30대 때는 제일 뒤에서 앉았잖아. 점점 앞자리로 올라와. 지금은 맨 앞자리야. 젊은 사람들이 뒤에 타고 노인들이 앞으로 가는 거야. 앞 좌석이 상석이잖아. 그게 있더라고. 내가 그걸 체험한 거야. 어른들은 앞에 타고. 지금은 제일 앞에 타고. 그렇게 됐어. 예전에는 멀미해도 앞에 못 앉았는데, 해마다 하다 보니까 지금은 내가 앞에 앉아.(웃음)
늚음에 대한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원 : 늙어가야지. 애들이 키 크고 자라서. 올라오면서 우리가 늙어져야지. 걔네들이 성장을 하잖아. 자연히 늙어가면서. 애기들 크는 것만큼 우리가 안 늙는 거다 이렇게 얘기들 하고 살아.애기들 막 자라도 우리는 별로 안 늙는 거다 싶게 살아가는 거야. 한창 손주들 보면서 또 행복함이 있는 거잖아. 더 이뻐. 손주 손녀들이.
홍 : 내가 요구르트 사면서, 주말이니까 혹시 올까 봐. 안 올 수도 있고 놀러 갈 수도 있는데, 미리 준비하고 사놓는 걸 좋아하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거야. 손주, 손녀 보는 맛이지. 안 오면 지들끼리 놀러 갔나 보다. 그러고, 온다고 하면 기분이 좋고 힘이 나고 그래. 힘이 들어도 음식 하는 게 힘이 안 들어. 걔들 좋아하는 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만족하시는지?
홍 : 만족하지. 그래도 이렇게 자수성가해서 애들 다 길러서 출가시키고 손주 손녀 다 보고 이젠 그만 쉬셔도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제 취미 되니까 '조금만 더 하마' 하고 하는 거지. 보람은 있지. 그때그때 변하는 대로 맞춰서 살았으니까 여태껏 왔지.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홍 : 편안히 살다가 어느 날 너무 자손들한테 고생 안 시키고 속 안 썩이고 그렇게 편히 갔으면 하는 바람이여.
자손들 고생시킬까 봐 그게 걱정이여. 그냥 어느 순간 딱 그렇게 가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항상 갖고 살지.
죽음은 안 두려워. 왔다가 한번 가는 거니까. 이 나이서부터 죽음이 와도 괜찮다 받아들여야지. 살다가 언제든 가는 거니까. 항상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만 하니까.
앞으로 가지고 계신 꿈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홍 : 바람이 있다면 건강하게 살다가 아파서 자손들 속 안 썩이고, 건강하게 살다가 하면 좋겠다 하는 그런 마음이지.
할아버지 께서는요?
원 : 마찬가지지. 애들 손녀 손주들이 쑥쑥 자라서 잘 되는 거 보고 죽는 거지. 그게 될는지 모르겠지.
홍 : 너무 오래 살아도 안 좋고. 나는 너무 오래 사는 거 안 좋아해. 그래도 예쁠 때 죽어야지.(웃음)
이제 주변 가게도 하나 둘 문 닫네요. 집에 가실 준비하셔야 되는 거죠?
홍: 응. 근데 서두르진 않아도 돼.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 원 : 그래요. 또 봐요. 조심히 가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자식들 걱정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자식들, 손자, 손녀들이 건강히 잘 살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영상 촬영/ 편집 현지윤
사진 촬영 박태식
제작 지원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