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월 29일
네 살과 다섯 살은 체감이 다르다. 자기만의 논리도 생기고 행동도 커지고 손가락 움직임도 제법 정교해진다. 어중간히 놀아주다간 잔소리까지 듣는다. 이런 거야 내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주아가 느낄 체감이다.
다섯 살이 되면 주아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다. 유치원을 다니게 되거나 어린이집이면 5세 반으로 진급해야 한다. 5세 반이 되면 달라지는 게 많은데 우선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낮잠 시간도 없다. 무엇보다 같은 반 아이들 수가 늘어나 선생님의 돌봄도 줄어든다.
이렇게 바뀐 환경을 생각하면 눈에 밟히는 주아의 모습이 많다. 아직 밥도 스스로 잘 먹지 않으려 하고 화장실도 제때 안 가고 참는다. 가끔 소변을 볼 때면 고추가 말려 바지에 쉬를 묻힐 때도 있다. 네 살 반 때야 선생님이 챙겨 줄 시간이 많아 걱정이 덜했는데 다섯 살 반에서는 그러지 못하니 이런 차이를 이겨내는 것은 오로지 주아의 몫이 되었다.
선생님께 밥을 먹여달라는 배짱을 부려서도 안되고 화장실도 스스로 다녀와야 한다. 낮 시간의 피로도 견뎌야 하고 소변 실수는 창피한 일일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하던 일들을 갑자기 못하거나 안 하던 일들을 하게 된 것이다.
학기 시작일이 다가올수록 아내와 나는 걱정이 많아졌다. 주아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눈치껏 스스로 해야 하는데, 힘들어하면 어떡하지 등등. 새 선생님께도 우리의 걱정을 전달했지만 걱정이 누군가에게 전달한다고 사라진다면야 걱정이 아닐 것이다.
때 되면 다 된다며 차분히 기다리는 성인군자 노릇은 왜 자기 아이한테는 안 되는 것일까? 결국 아이가 견뎌야 할 체감은 부모도 감내해야 할 체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