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 17일
두 시간 여의 퇴근길을 끝내고 집에 오면 주아가 달려와 안긴다. 아이코 다칠라 꼭 안아주면 주아는 제일 먼저 이런 말을 한다.
“아빠 선물 사 왔어요?”
얼른 몸을 감싸던 손을 풀고 너 아빠를 기다린 거야? 선물을 기다린 거야? 되묻는다. 괜히 물었다. 선물이란다. 피로가 풀리다 만다. 아직 덜 빠진 음식 냄새를 타고 아내의 목소리가 낮게 엄습해온다.
“설마 사 온 건 아니 아니겠지?”
우리는 안다. 주아에게 선물은 자동차와 동의 어란 걸. 아내는 집에 자동차가 수천 개라면서 더 이상 사 오지 말라고 당부했었고 나 역시 자동차를 안 사 온 지 오래다.
안 사 왔다는 말에 주아가 삐쳤다. 처음에는 이 말 저말로 달래 봐도 소용없어 난감했지만 이젠 요령이 생겼다. 그 방법은 쇼핑앱으로 자동차 장난감을 주문하는 것이다. 주아를 불러 무릎 앞에 앉히고 함께 핸드폰을 본다. 앱을 켜고 돋보기 모양에 현대자동차 장난감 또는 기아자동차 장난감을 입력한다. 쫘르륵 자동차 장난감이 화면을 채운다.
“주아가 골라봐”
주아는 내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검지를 펴서 화면을 내리고 올리며 맘에 드는 자동차를 찾는다. ‘아빠 이거’ 하며 보여준다. 자,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나와 아내의 목표는 자동차를 안 사주면서도 주아가 떼를 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주아가 고른 자동차 화면을 조금 내리면 택배 정보가 보인다. 이때 트럭 모양이 있으면 국내 배송이고 비행기가 보이면 해외배송인데 국내 배송 제품이면 다 팔렸다고 다른 걸 골라보라고 이야기한다. 다시 열심히 찾아서 보여주면 택배 정보에 비행기기 보인다. 그럴 땐 비행기 타고 와서 배송이 아주 오래 걸린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수긍하곤 다시 다른 걸 찾아본다. 이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겨우 고르면 주문하겠다며 핸드폰을 건네받는다. 주문했다는 말을 들으면 주아는 일어나서 자기 할 일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주문은 하지 않는다. 작전 성공이다.
하루는 퇴근 후 선물을 사 왔냐는 주아의 인사에 다시 무릎에 앉혔다. 주아가 현대자동차 장난감이라 불러주고 나는 받아 적었다. 열심히 자동차를 고르다 주아가 질문을 했다.
“아빠, 이건 로케트 타고 와서 안되지?”
무슨 소린가 싶어 화면을 보니 배송정보에 로켓 모양이 있었다. 로켓 배송이었다. 주문하면 하루 만에 온다는 그 로켓 배송. 나는 벌름 벌름 콧구멍으로 웃음을 뱉으며 답했다.
“응”
주아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순간 귀여워서 양볼을 잡아당기고 뽀뽀를 하며 꽉 안아주었다. 아내에게도 이야기를 해줬더니 웃음 번진 입술 사이로 귀여워라는 말이 반복해서 흐른다. 우리 집안에 순수함이 환하게 뜬 저녁이었다.
트럭은 국내 배송, 비행기는 해외 배송, 로켓은 우주 배송. 주아의 논리는 한동안은 우리 집 배송 규칙이 될 것이다. 언젠가 로켓이 우주에서 오는 게 아니라 빨리 온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될 날이 오겠지만 그날이 로켓처럼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 수도 배송도 되지 않는 요 나이 요 때의 귀여움을 실컷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