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월 5일
쪼옥. 아내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주아 볼에 진하게 뽀뽀했다.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라 입술과 볼 사이 공기압으로 나는 소리였다. 너무 진했던 탓일까 볼에 묻은 침을 손으로 닦았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주아! 너 지금 침 닦았어?”
아내의 표정은 놀랐고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서운함을 알아챈 주아는 엄마를 바라봤다. 주아의 표정은 묘했다. 엄마가 지금 서운해하는 건 알겠는데 왜 서운하지? 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여러 감정이 섞인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아내는 tv를 끄고 이젠 잘 시간이라고 말하며 책을 가져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함께 읽는데 책을 보는 내내 주아는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책 한번 보고, 엄마 얼굴 한번 보고.
침대에 누웠다. 주아는 엄마와 마주 보더니 ‘엄마’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검지를 펴서 자기 볼을 두드린다. 엄마가 모른 체 하니 다시 엄마를 부르며 손가락으로 볼을 두드린다. 뽀뽀하란 뜻이다. 아내는 볼에 입술만 살짝 닿으며 뽀뽀했다. 그러자 주아는 다시 하라는 듯 볼을 두드린다. 엄마의 뽀뽀가 맘에 안 들었는지 또다시 볼을 두드린다. 주아는 아까처럼 침이 묻어도 괜찮다는 듯 진한 뽀뽀를 기다렸다. 둘 사이엔 한참 동안 뽀뽀와 볼 두드림이 오갔다.
아내는 주아가 침을 닦을 때 서운해서 눈물이 날 뻔했단다. 순간 복잡한 감정이 오고 갔단다. 주아도 젖은 볼을 닦았을 뿐인데 엄마의 반응에 복잡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섭섭한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그것을 만회하려고 능청스러운 행동을 했다. 그래서 둘은 더 진한 뽀뽀를 더 많이 더 오래 하게 됐다. 침도 안 묻어 닦을 필요 없는.
나도 주아에게 진하게 뽀뽀하면 수염 때문에 따갑다며 피할 때가 있다. 다시 뽀뽀하려 들면 도망간다. 내 뽀뽀 공격과 그걸 막는 주아의 손사래는 놀이가 된다. 한참 웃고 나면 주아가 먼저 다가와서 진하게 뽀뽀해준다. 그럴 땐 따갑지 않은가 보다.
애고 어른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맘을 몰라줄 땐 속상하다. 하지만 그 ‘아차’ 싶던 순간을 되찾으려는 마음은 오히려 더 큰 사랑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놓친 걸 다시 잡으면 더 짜릿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