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월 25일
주아는 요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문자로 시작한 호기심은 카카오톡으로 번졌고 엄마, 아빠가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염탐하더니 이젠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아빠 핸드폰으로 엄마한테 카톡 보내고 다시 엄마 폰에서 아빠 폰으로. 처음엔 한글 자판을 아무거나 눌러서 보내다 이모티콘이라는 신세계를 만났다. 이전 대화창에 있는 이모티콘을 가리켜 이거 어떻게 보내는 거냐 물어 방법을 알려줬다. 구입한 여러 이모티콘은 재미없는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
상황에 맞게 이모티콘도 잘 고른다. 딸기를 먹을 때면 딸기 이모티콘을 어려 개 보내고 딸기를 먹다 남기면 다신 안 사 온다는 엄마의 물가 타령에 딸기와 돈다발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낸다. 우리는 시의적절한 이모티콘에 웃음이 터진다. tv에 축구 장면이 나오면 축구공을 보내고 엄마, 아빠가 맥주를 마시면 소주병이나 맥주잔을 부딪히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기가 막힌다.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놀러 간 날, 저녁 식사 후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아내가 ‘아빠 어디 가?’ 묻자 ‘담배 한 대 피우게’ 라며 답하셨다. 아내는 ‘아직 담배 안 끊었어?’ 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때 주아가 내 핸드폰으로 할아버지께 카톡을 보냈다. 카톡 내용을 보고 우리는 그야말로 웃음이 빵 터졌다. 주아는 두 개의 이모티콘을 붙여서 보냈다.
‘담배, 총’.
할머니의 오래된 핀잔과 아내의 얄궂은 훈수보다도 강력한 한 방이었다.
아버님, 오래도록 태우신 담배라 끊는 건 힘드시겠지만 조금씩만 태우셔요. 우리 주아, 오래도록 보셔야지요. 나도 맘속으로 걱정 한 방을 날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