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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Mar 27. 2022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미국의 경제 대통령'인 이유는?

'그린스펀 효과', 연준 의장의 엄청난 영향력을 의미

"연방준비제도는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국내 증시는 FOMC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최근 경제기사를 좀 읽으셨다면 이 같은 문장이 익숙할 겁니다. 그런데 이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나요? 연방준비제도가 무엇이고, FOMC에서는 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걸까요? 국내 증시는 FOMC와 무슨 상관이길래 오르고 내리나요. 저 문장의 완벽한 해석을 돕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줄여서 연준, 영어로는 Fed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왜 '은행'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미국의 중앙은행 아니야?"라고 반문할 것도 같은데요, 미국은 연방제 국가인 만큼 주(州)마다 중앙은행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체제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자본시장이 점점 커지고, 각종 리스크가 조금씩 생겨나다 보니 개별적으로 금융시장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은 이들 은행을 엮어서 하나의 단체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12개 주의 은행이 모인 집단이 바로 '연준'입니다.


연준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바로 FRB의 의장입니다. FRB는 7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되는데요, 이들은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고, 이들 중 이사회 의장과 부의장을 상원의 인준을 받아 4년 임기로 임명합니다.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세계 경제의 대통령' 또는 '미국의 실질적 2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FRB는 연간 8차례 열리는 FOMC 회의 전 '베이지북'을 발간합니다. 미국 경제동향 종합보고서라고 보면 됩니다. 표지가 베이지색이기 때문에 '베이지북'이라고 불린다네요. 여기에는 12개 주 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한 기업인과 경제학자 등 전문가의 견해, 관할 지역의 최근 경제동향이 담겨있습니다.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베이지북을 많이 참고합니다. 베이지북의 존재감도 상당히 크죠.  


연준은 1년에 8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엽니다. 여기에는 FRB 이사 7명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1명, 나머지 11개 주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4명이 참석합니다. FRB 의장이 FOMC 의장이 되고,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부의장을 맡습니다. 뉴욕을 특별대우한다고요? 맞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자산이 압도적이기 때문이 그의 목소리가 크고,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FOMC의 역할은 '공개시장조작'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내리고,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의미합니다.

            


지난 15~16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 3월 FOMC가 열렸습니다. 앞으로 6번의 회의가 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남은 회의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악재인데요, 이번 FOMC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이유는 50bp(1bp=0.01%)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 다행히 25bp 인상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도 호재였습니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경제 성장률이 더 빠르게 오르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FOMC 회의 내용은 워낙 중요해서 회의 후 한 달 안에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되어있습니다. 1박 2일 동안 진행된 난상토론에서 나온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파월의 발언은 다수 의견을 요약한 문장이었을 뿐입니다. 일부 총재들은 경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을 수 있고, 금리를 50bp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을 겁니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앞서 파월 연준 의장을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경제학에서는 '그린스펀 효과'(Greenspan Effect)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 레이건 행정부 때 FRB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1990년대 미국의 장기 호황을 이끈 인물입니다. 정확한 판단력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경제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적절한 금리정책을 펼쳐 위기를 벗어나게 함으로써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해졌습니다. 그린스펀은 1998년 7주 동안 3회에 걸쳐 단기금리를 낮추는 극단적인 금리정책으로 거의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던 주가를 빠른 속도로 반전시켰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그린스펀 효과'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시장은 어느 때보다 연준 의장의 기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난 2020년 3월3일은 역대 두번째로 긴급 FOMC가 열린 날입니다. 최초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였고요. 그리고 지금은 0% 수준으로 내린 금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장에 푼 막대한 자금을 다시 거둬들이는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글로벌 경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잘 돌려놓으면 전 세계는 준비된 성장을 거침없이 해나갈 것입니다.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해왔으니까요. 이런 결말이 나온다면 '파월 효과'라는 새로운 경제학 용어가 탄생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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