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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Nov 06. 2020

내가 몰랐던 엄마 이야기

엄마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운이 좋았는지 예약하고 하루 만에 연락이 왔고 며칠 후 교수님을 뵈었다.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 일주일간의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가 환자를 관리하고 보호자가 드나들 수 없는 통합 병동에 병실을 배정받아 나는 엄마를 놔두고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야 했다.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엄마를 두고 나오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겁이 많은 엄마가 괜찮다며 조심히 내려가라고 손 흔들던 장면은 내 생애 가장 슬픈 장면 1위가 되었다. 




일주일 후 


엄마와 가장 사이가 좋은 셋째 이모와 함께 서울에 혼자 있는 엄마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아침 비행기를 미리 예매해두었다. 탑승시간 전 이모와 둘이서 김해공항 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모는 엄마가 어린 시절 참 힘들게 자랐다고 했다. 

엄마는 네 자매 중 둘째인데 첫째 이모가 지병이 있어 실질적인 맏이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엄마의 엄마 즉 나의 외할머니는 나와 내 동생에게는 늘 따뜻하고 친절했지만 우리 엄마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외할아버지의 외도로 외할머니 혼자 자식들을 키우게 되면서 엄마에게 더 많은 짐이 부과되었다. 집안일, 부업, 막냇동생 돌보기 심지어 돈 빌리기 등등.

이모가 이야기하는 이모와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엄마에게는 의지할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늘 어른의 역할을 강요당하고 그게 싫어 일찍 결혼한 엄마는 다정하지 않은 남편 때문에 항상 외로웠다. 자식인 나로 말할 것 같으면 30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경력 하나 만들지 못하고 직장을 번번이 옮겨 다녀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셋째 이모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은 두 딸이 이제 사회인이 되어 용돈도 주고 의지가 된다며 은연중 자랑을 하셨다. 


나에게는 엄마가 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으나 나는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었나 씁쓸하게 곱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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