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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딜라이트 Mar 03. 2022

워킹맘의 생존전략 제2부

“빨래와 청소”

뮤지컬 ‘빨래’

약 4년 전, 집 앞 아트리움에서 뮤지컬 ‘빨래’를 아이들과 봤다. 이 작품은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나영’과 몽골 이주 노동자인 ‘솔롱고’가 주인공으로 펼쳐가는 이야기다. 절망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밑바닥 인생이 참 팍팍하고 힘겨워 보여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그런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두운 터널같은 삶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나영과 솔롱고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뮤지컬이었다.


이 작품 속에서 좋은 명곡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가장 감동적인 노래가 있었다. 주인공 나영이 서점에서 일방적 해고를 당한 뒤 이웃들과 함께 슬픔을 달래며 부른 노래인데, ‘슬플 땐 빨래를 해 !!!’ 라는 곡이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내! ......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이 노래 가사를 들으며 민망하게도 눈물이 많이 흘렀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 없는 나영의 처지와,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절망하고 아파하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빨래'라는 무생명체에 나의 고단한 삶이 투영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고객과 상사로부터 더 잘하지 못한다고 비난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나의 삶. 집에 들어와서 쉬고 싶어도 산더미 같이 쌓인 빨래와 청소를 해결해야 하는 워킹맘의 고단한 삶. 지칠 대로 지친 삶을 그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듯 살고 있었고, 그것이 나와 참 비슷하다 싶었다.


나영은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빨래를 하며 힘들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갔다. 이웃의 따뜻한 마음과 연대감이 나영의 고달픈 삶에 따뜻한 빛이 되었다. 울고, 웃고 떠들며 함께 삶을 나누는 그들이 한편으론 부러웠다. 

‘우리 모두에게는 비슷한 아픔이 존재한다고~’
‘함께 다시 힘을 내보자고~’
‘마치 빨래를 하듯 , 슬픔을 모두 바람에 말려 버리자고~’

이 노래가 나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를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마음 속 깊이 힐링이 되는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나의 빨래는 누가 ?

뮤지컬을 감상한 뒤 돌아온 집에는, 받은 감동이 무색할 만큼 보란듯이 빨래와 집안일이 쌓여 있었다. 정신차리고 현실로 돌아오라는 메시지인가 ? 나도 나영처럼 이웃들과 춤과 노래를 하며 나의 고단함을 다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현실은 그저 현실일 뿐이었다.


신혼 때는 청소와 빨래를 남편과 나누어 할 만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겨 육아를 해야 하고 친정엄마의 육아 도움이 끊긴 뒤, 점점 집안이 엉망이 되어 갔다. 아이들이 컸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중고등학생이 되니 새벽에 나가서 자정이 되어야 집에 들어왔다. 청소를 분담하여 하자고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쑥대밭이 되는 집을 보면서 가족 모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처음엔 이 일을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먹고 입고 자고 하는 ‘기본적 삶’과 관련된 일은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이 굳건했다. 어른이라면 마땅히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해야 할 일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들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의 집기를 손댄다는 것 자체가 조금 꺼림칙했다. ‘도난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평일에는 직장 다니느라 주말에는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고,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잠깐의 바람 쐬는 시간 조차 내기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준으로 집안의 청결함을 유지해야 한다면 매일을 극기훈련하듯 살아야 하는데, 한 두 달이면 모르겠지만 이런 삶을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사실 아직까지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은 있지만, 나는 결국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알아보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 또한 정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내가 원하는 것을 100%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일단 처음 시작은 ‘어디에서 청소 서비스를 소개받을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 워킹맘들은 많지만 가사도우미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직접적인 후기를 듣기 힘들었다. 어쩔수 없이 웹서핑을 했다. 열심히 알아본 결과 C사를 찾았다. 물론 지역 기반의 용역업체나 프리랜서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내가 집에 없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클레임을 걸어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의 업체이길 바랬다.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자랑하는 C연구소

C사의 친절한 상담과, 그들이 광고하는 일관성 있는 품질 관리가 맘에 쏙 들었다. 비용은 일주일에 한번 기준으로 , 4시간에 57,600원 이었다. 제공받는 내용은 ‘설거지, 주방과 방3개의 일상생활 먼지제거, 화장실 2개의 물청소, 분류된 세탁물 1회 빨래’가 기본이었다. 시간이 남으면 베란다나 창틀 정도는 추가로 해준다고 했다. 여러 명의 청소매니저들이 왔다 갔는데, 처음 약속과는 다르게 서비스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사람의 성향이 품질에 반영되는 부분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동작은 빠르지만 대충 하는 스타일이고, 어떤 분은 꼼꼼 하긴 한데 동작이 느리다보니 전체를 다 손보지 못해 청소 완성도가 낮았다. 또한 내가 원하는 화장실의 물 때나 찌든때 창문 청소등은 별도로 비용을 내야만 가능한 옵션이었다. 이 경우 서비스료가 몇십만원 수준으로 올라가니, 결국 우리 부부가 감당해야 하는 일로 남겨둬야만 했다.


결국 약 6명의 매니저들을 교체해가며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매주 미흡한 내용을 C사로 보내고 다른 매니저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결국 가장 적합하다 여겨지는 사람을 찾았고 그에게 몇 달 정도 서비스를 받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패턴을 보니 4시간을 꼬박 채워서 일하는게 아니었다. 3시간 반, 혹은 3시간 만에 일을 끝내고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


생각해보니 매주 30평대 아파트를 가볍게 청소하는데, 4시간을 꼬박 채울 만큼 일이 많지 않았다. 물론 남는 시간에 창문이나 화장실 찌든때 청소를 해줄수도 있겠지만, 이런 힘든 업무는 서비스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니 요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굳이 내가 4시간 기준으로 비용을 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C연구소 정책에 따르면, 30평대 집은 무조건 4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다양한 종류의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M사

친한 친구가 최근 ‘M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소개해줬다. 이곳은 평수에 상관없이 시간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내 생각엔 매주 도우미가 온다면 3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비용은 3시간에 39,900원이었는데 C사보다 회당 17,700원이 저렴했다. 시험적으로 3시간으로 시간을 정해 진행했는데, C사의 4시간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청소클리너(이곳에서 이렇게 부른다)가 3시간을 꽉채워 열심히 일을 해주었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좀 더 알아보니 M사에서는 가사도우미뿐 아니라 ‘가전&가구 설치/도배/가전청소/세차/폐기물철거/집안정리/애완견케어’까지~ 가정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시간 단위로 제공하고 있었다. 친한 친구의 경우 남편이 가사일에 무관심한 편이라 가벼운 수전교체나 가전 청소등을 할 때마다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곳을 알고 나서는 가사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했다. 최근 나의 경우도 신랑이 운동하다 허리를 다쳐 가벼운 가구 나르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데, 여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물론 이 회사가 우리 삶의 문제를 100%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날마다 생기는 빨래세탁, 재활용 쓰레기 분류와 처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 집안 곳곳의 정리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이 나누어 해야 하는 몫이다. 하지만 이런 도움이 주말 반 나절 정도는 운동을 하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니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가사일도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내가 너무 게을러서 가사도우미를 부르는 건 아닐까 ?
청소 클리너는 깨끗이 청소를 해줄까?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면 어떡하지??
외부에서 만든 반찬에 좋은 재료와 조미료를 쓸까? 저렴한 식재료와 중국산 고춧가루나 소금을 쓰는 건 아닐까 ???

처음엔 별의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내 정신건강과 여유를 위해서 아웃소싱 서비스를 믿고 맡기기로 했다. 내가 이 세상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가사일은 스스로 하는게 맞다. 단 내가 일상생활을 지속할만한 시간이 충분하거나, 내 몸이 건강할때는 말이다. 만약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못하다면 적절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것 같다.


나는 우리집에 오는 가사 도우미를 써포터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들이 말끔하게 정리해 놓은 빨래와 집안을 보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들의 수고로 인해 지친 내가 집에 와서 상쾌한 기분으로 편히 쉴수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 지원군인가.


나는 절대 가사일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무난한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들 또한 제공한 노동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보니 얼마나 서로에게 좋은 일인가. 뮤지컬 ‘빨래’처럼 함께 빨래를 하며 힘든 삶을 위로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나는 그들과 이런식의 연대를 통해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살아낸다고 생각한다.


혹시 당신이 빨래와 청소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인가 ? 당장 아웃소싱 가사 서비스를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며 일과 육아와 다양한 대소사를 다 챙기는 우리는 매우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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