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May 15. 2024

인스타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만나다

< 라라크루 화요글감 -  유튜브, 인스타, 웹툰, 넷플릭스 >

브런치에서 내 삶을 모두 엮고 있다면,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는 디베이트 코치와 교육자원봉사자로서의 생활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을 통한 홍보'의 성격이 짙다. 홍보라고 하기에는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인스타그램의 또 다른 목적은 지인 근황 파악이다. 의류회사 디자이너인 사촌 동생이 매일 올리는 '좋아하는 착장' 시리즈, 싱글인 친구가 올리는 '맛집' 시리즈,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제자들이 아주 자주, 아주 많이 올리는 릴스.


지인 중에서도 최측근인 아들의 근황을 파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큰아들의 개인 인스타 계정에는 차마 팔로잉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 염려돼서다. 학원 계정 팔로잉은 영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하게 됐다. 신기하게도 내 지인들의 인스타에 그 체대 입시 학원 릴스가 뜬다고 하니, 효과가 없지는 않다.


체대 입시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아들이 직접 관리하는 학원 SNS에는 학생들의 운동 모습, 입시 정보 등이 거의 매일 올라온다. 더 이상 품 안의 자식은 아니지만,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흐뭇하다.


얼마 전 아들은 '선생님도 사람이란다'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을 올렸다. 쿨쿨 자다가 수업 시간이 다 되어서 정신없이 챙겨 출근하는 자신의 일상을 코믹하게 찍었는데, 매일 집에서 목격하는 장면이라 그만.... 댓글을 남기고 말았다. 평소엔 하트만 조용히 꾹 누르고 말았었는데, 그때는 참지 못한 것이다.

"이호재쌤 엄마입니다. 매일 저러고 나가요;;;"

괜한 짓을 했나 싶었는데 뒤이어 아들이 댓글을 달았다.

"엄마..?"


쌤의 영상과 쌤 엄마의 댓글, 쌤의 대댓글.

이 세 가지는 한 세트가 되어 학생들에게 크게 회자되었나 보다. "엄마가 괜한 짓을 했나?"라는 내 걱정에 아들은, "아니야. 제자들 반응이 뜨거워~"라고 했다.


SNS가 가진 부정적인 면들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인간관계에 쏠쏠한 재미를 부여한다는 순기능도 있다. 한 집에 살지만 얼굴 보기 힘든 엄마와 아들에게 신선한 에피소드를 하나 추가해 주었으니 말이다. 잃어버린 지 오래된 아들을 어느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것 같은 기쁨을 SNS가 주었다.


늦은 밤 귀가해서 이른 새벽에 나가는 큰 아들과 제대로 이야기 나누는 일은 밥 먹을 때뿐이다.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두 번이나 될까? 하숙생 수준의 아들을 '끝방 사는 총각'이라고 장난 삼아 말하는 이유다. 끝방 사는 총각이 밖에서 열심히,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가끔씩 SNS 골목을 서성일 것 같다.


* 아들이 올린 영상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52r3NEPsUc/?igsh=dG42bzk3aXRyN2x0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화요갑분글감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말쟁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