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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13. 2024

흐르는 한강처럼

< 라라크루 금요문장공부 >

⭕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공부]  2024.10.11.

[오늘의 문장] ☞ 나탈리 골드버그, 『글 쓰며 사는 삶』, 251쪽


어젯밤에는 소설을 막 끝낸 팸과 함께 지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직업을 바꿔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흠, 나는 계속해서 책을 쓰게 될 거야. 그건 분명해. 문제는 글을 쓰는 동안 어떻게 생계를 해결하느냐 하는 거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 먹고살 돈이 충분한 나는 글쓰기의 고통이 문제다. 만약 돈이 없다면 빈곤의 고통이 문제일 것이고 글쓰기는 약속의 땅이 될 것이다. 자, 이제 다들 이 이야기의 교훈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쓰라는 얘기다. 그 무엇도 변명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나의 문장]

남편이 말했다. "당신도 한강 작가의 책 읽어봤어? 어땠어? 이젠, 당신 차례인 거지?"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희미한 기억과 남편의 헛헛한 농담 사이에서 글 쓰는 삶에 대해 고민했다. 글 언저리에서 맴돌며 쓸지 말지 고민하고 쓰지 않는 날이 켜켜이 쌓여가는 것은 말라 없어져 버리는 고인 물과 같다. 순간을 포착하여 작은 것에도 감탄하고 사소한 일에도 눈과 손이 움직이는 글쓰기는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한강이다. 이제 여기, 작가라고 모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못 쓰겠다, 쓸 게 없다 하지 말고 무엇이든 어디에서든 언제든 쓰라는 얘기다. 한강처럼 내내 흐르라는 말이다.


[나의 이야기]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호명되던 순간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비극 투성인 것처럼 보이던 우리나라에 아직 환호할 일이 남아있음을, 어쩌면 이게 희극의 신호탄일지 모른다는 희망도 가져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 비단 작가들만의 경사가 아니었던 까닭은 보편적인 가치가 모두에게 전해졌기 때문 아닐까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힘겹게 써 내려간 모든 문장과 한순간도 멈춘 적 없는 온갖 고뇌가 개인의 만족과 영달을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쓸쓸한 눈과 단단한 손으로 담담하게 증명했던 작가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라는 칭을 제 이름 앞에 함부로 쓸 수 없을 만큼, 한강 작가의 수상은 '작가'라는 이름에 묵직한 책임감을 전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단언컨대, 중압감에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고 숨지는 않겠습니다. 한강을 따라 쓰는 삶에 몸을 맡겨 흐르는 것만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하고, 더 깊고 더 넓게 사유하는 삶, 그 사유를 기록하는 삶을 살렵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금요문장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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