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해 고정된 급여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정해진 날짜에 일정한 금액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안정감이 프리랜서에게는 없습니다. 학교 수업을 주로 하는 저의 경우, 학기 중에는 열심히 경제활동을 합니다만 방학 때는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게다가 1학기인 4월부터 6월까지는 수업이 많지만 2학기에는 상대적으로 일이 적습니다. 주말에는 협회 소속 강사로 강의를 하는데, 맡은 반의 4회 차 강의가 끝날 때마다 급여를 받습니다. 반마다 강의 시작 일정이 달라서 급여일이 다릅니다.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맡은 학급의 수만큼 각기 다른 날짜에 급여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학교 수업의 경우, 담당 선생님과 행정실이 신경 써주시면 수업 종료 후 바로 입금이 됩니다만, 교육청이나 관공서의 경우에는 오랜 기다림이 필수입니다. 지난달 일한 것을 이번 달에 받으면 그나마 양반입니다. 다른 사업과 엮여 있어 바로 정산이 안 된다며 6개월 후에 강사료를 지급받았던 적도 있으니까요.
사정이 이러하니 어떤 달에는 여러 건의 수입이 통장에 찍히고 어떤 달에는 입맛만 쩝쩝 다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저의 소소한 벌이는 외벌이로 오랜 시간 혼자 무거웠을 남편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주며 빡빡한 삶에 숨통 같은 존재가 됩니다.
3주 전에 시작한 부업이 있는데, 여기서는 주급을 받습니다. 말 그대로 부업이라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일하면 딱 그만큼의 보상을 줍니다. 총 3번의 주급을 받았습니다. 벌이가 괜찮은 주에는 본업을 위협할 정도였습니다만, 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어서 주마다 받는 주급의 격차가 꽤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3주 평균 주급의 10분의 1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업으로 삼을까 하던 얄팍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강사로서의 일정이 없는 날 빈 시간을 알차게 메꿔주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불규칙한 수입 사이에 규칙적인 수입이 끼어들어 약간의 안정감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프리랜서에게는 고정급여와 맞바꾼 자유가 있습니다. 갑자기 들어온 제안을 받아들일 틈이 있고 영 내키지 않는 일은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입시, 가족의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삶의 변수에 맞춰 유연하게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대신 고정급여가 주는 안정감이 없습니다. 계획적으로 규모에 맞는 살림을 사는데 영 소질이 없는 저에게 프리랜서는 안 맞는 직업이 맞습니다. 필요하다면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니, 풍요와 빈곤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고정급여가 주는 안정감과 불규칙한 급여가 주는 자유 중 선택하라면, 저는 단번에 후자를 선택하려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꽂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 직장인의 월급이라면, 한 달에 며칠씩,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정기적으로 날아오는 입금 문자가 프리랜서의 월급입니다. 짧더라도 자주 기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사라져 버리는 속도도 직장인의 그것보다 더딥니다. 시간차를 두고 입금되니 얼마간은 잔액으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행적에 대한 보상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재미는 입금에 더해지는 또 다른 행복이기도 합니다. OO교육청에서 얼마가 입금되면 그때의 장면이 생각납니다. OO초등학교에서 입금이 되면 그때 만났던 선생님과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