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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T 병사

< D - 220 >

by 늘봄유정 Mar 22. 2025

네 군생활의 네 번째 휴가가 끝났구나.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것인데도 한결같이 반갑고 헤어질 때는 어김없이 아쉽네. 뭘 해준 것도 없고 특별히 신경 쓴 것도 없는데, 네가 복귀하자마자 엄마는 감기에 걸렸단다. 할 일이 많은데 자꾸 잠만 자고 싶으니, 큰일이다.


"내가 이래 봬도 후임들이 GOAT 선임이라고 불러."

GOAT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로, 그 분야 최고, 올타임 레전드를 뜻한다지. 후임들 사이에서 최고인 선임으로 뽑혔다니, 그보다 더한 영광이 있을까 싶었단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서 후임들에게도 아무것도 안 시키니까, 그래서 날 좋아하지."

너는 네가 후임들에게 뭘 강요하지 않아서 좋은 선임인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모든 일을 도맡아 다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뭘 시켜도 후임들의 불만이 없었어. 그래서 날 좋아했지."

네 형은 너와 정반대의 이유로 GOAT였다지.

너희 둘 다 각자 처한 환경에서 각자의 방식과 색깔로 인정받고 있었구나.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너희 둘 덕분에 엄마는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무엇이든 자신, 확신하지 말고, 확언하지도 말 것. 세상의 상수는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 뿐이라는 걸 잊지 말 것.


너뿐 아니라, 세상 모든 병사는 모두 자신의 시간 안에서 GOAT다. "군대에서의 하루는 사회에서의 하루와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목표를 이루고 목표에 다가가는 하루다"라고 했던 네 사촌 형의 말대로, 병사들은 매일 그들의 목표를 완수하고 있고 그 매일을 성실하게 쌓아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올타임 레전드라는 말, GOAT라는 신조어는 이 땅의 모든 병사에게 딱 들어맞는 단어구나.


물론 병사 중에는 이해 못 할 행동으로 모두를 힘들게 하는 이도 있다고 했지. 왜 아니겠니.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일이지. "그런 사람을 참아내는 법을 배우는 게 군대 같아."라던 네 말대로, 때로는 인내하고 때로는 자신을 성찰하며 지내는 공간, 시간이 되어 다행이다. 아니, 그런 공간과 시간으로 만들고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은 안일해지고 참아내는 일에도 게을러지던 엄마 역시 엄마의 공간과 시간을 재정비해야겠다. GOAT가 되기 위해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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