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겸손하고 조심하라

토정비결에 하나하나 풀어쓴 내용

by 황현수

‘늘 겸손하고 조심하라’는 토정(土亭)의 지혜


우리 조상들은 새해를 맞아 신년 운세를 점쳤다. 조선시대 토정(土亭) 이지함(1517~1587)이 지은 토정비결은 주역(周易)을 근거로 만든 일 년 신수를 보는 일종의 예언서이다. 1970년대만 해도 육교나 공원, 시장, 버스 정류장 등에서 토정비결을 봐주는 할아버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앞으로의 운세를 알고 싶은 것은 사람의 심정이라, 웬만큼 심지가 굳은 사람도 연초에는 재미 삼아 한번쯤 토정비결을 보았다. 토정비결은 일 년 신수를 월별로 자세히 설명하는데, 주로 하늘, 땅, 불, 물, 산, 못, 바람 등 자연을 빗대어 설명 해 놓았다. 점 괘의 내용이 두리뭉실 구체적이지 않아 받아 드리는 사람에 따라 그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어, 4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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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토정 이지함은 충실한 유학자였는데, 그 시기에 횡행하던 점술을 막기 위해 만든 반(反) 점술서였던 토정비결은 세월이 지나면서 그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토정비결의 여파로 18세기의 번화가에는 점보는 집이 많아지는데, 특히 외국 사신들의 숙소가 즐비했던 혜화문 일대에는 외국인들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푼돈을 버는 점쟁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선시대 선조와 명조 때의 문인이었던 토정은 지금의 여의도 서울대교 건너편 마포나루에 100척이나 되는 높은 진흙 창고를 만들어, 수만 섬의 양곡을 모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전하여진다. 이 창고의 이름이 바로 ‘토정’이고, 거기서 토정비결을 저술했다. 그래서 이 마을 이름이 토정마을, 토정동으로 이어 지게 된다.


대개의 사람들은 토정비결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한다. 논리적으로 말해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난 이들이 수천, 수만 명이 될 터인데, 이들의 운세가 같다는 것은 설정부터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신수를 보는 이유는 앞의 인생을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운세의 내용이 정말 맞는지, 아닌지는 본인 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고, 재미로 본 것이기에 혹시 풀이가 좋지 않게 나왔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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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 운세를 보는 풍습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인도에서는 설날에 우유와 쌀로 죽을 끓여, 죽이 잘 끓어야 좋은 일이 있다고 믿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설날에 열어 본 수박이 익은 정도를 보고 한 해의 운명을 예측한다. 사양 사람들은 숫자로 운명을 예언하는 신비점이나 그림카드, 카드점, 주사위 점등을 이용해서 신년 운세를 본다.

올해 초 인터넷에서 공짜 토정비결을 봐준다길래 심심풀이로 봤더니, 좋은 일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난다며, 송사나 구설수를 조심하라고 나와 있었다. 세상 사는 것이 개인 날도 있고 눈, 비, 궂은날도 있기 마련인데…. 한 해를 지나고 나니 그 뜻을 조금 알 것 같다. ‘늘 겸손하고 조심하라’는 두 마디를 한 장 한 장마다 풀어써 놓은 토정의 지혜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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